주머니 아래 작은 동전포켓이 달리고 12~13cm의 옆트임이 있는 세단추 재킷,
허리에 주름이 전혀 없거나 한줄만 가늘게 잡은 바지, 단순하고 날씬한
라인에 가느다란 선이 든 스트라이프 소재.

올 가을 멋쟁이 남성정장의 윤곽이다.

이번 추동시즌 남성복은 1~2년전부터 지속돼온 60~70년대식의 날렵한 모던
스타일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다.

슬림 실루엣은 여전하지만 어깨를 넓고 각지게 처리해 보다 강한 느낌을 준
것.

재킷은 허리선이 조이는 듯 날렵한 스타일에 뒤트임(center vent)이나
옆트임(side vent)이 있는 것이 많고, 하의는 바지통이 좁은 한주름
(one-tuck) 또는 주름없는(no-tuck) 모양이 주류를 이룬다.

재킷 단추는 여전히 3개가 압도적이고 간혹 4개이상인 것도 보인다.

여성복처럼 단추가 한개뿐인 재킷도 나왔으며 더블재킷은 예복에나 남아있을
뿐 거의 자취를 감췄다.

디테일중 가장 강조된 부분은 주머니. 뚜껑만 밖으로 노출된 일반 신사복
포킷 대신 사파리룩 밀리터리룩에서나 쓰이던 아웃 포켓(따로 만들어 붙인
주머니)도 보인다.

재킷의 동전주머니(change pocket, 재킷주머니 위에 단 미니포켓)와 바지의
티켓주머니(ticket pocket) 등 장식주머니를 덧댄 경우도 있다.

소재는 전통적인 고급직물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라이크라 등 첨단소재도
눈에 띈다.

가볍고 따스한 캐시미어혼방, 트위드를 비롯한 볼륨감있는 이중직이 많이
쓰이고 캐주얼 소재로만 인식돼온 코듀로이(골덴)도 사용됐다.

패셔너블한 캐릭터정장에서는 벨벳과 광택소재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신축성있는 라이크라혼방도 늘어나 여성 못지 않게 날씬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욕구를 반영했다.

LG패션 패션정보팀의 이윤희씨는 "올 남성복 무늬로는 전통적인 영국풍
체크와 스트라이프가 인기"라고 전했다.

간격이 가는 핀스트라이프나 골지(같은색이면서도 융모 길이에 따라 줄무늬
가 생긴 소재)는 싱글정장에 많이 나타나며 콤비용 재킷에는 글렌체크(가로
세로로 줄을 겹쳐 넣은 전통 영국식 체크)나 하운즈 투스 체크(사냥개 이빨
처럼 보이는 사각형이 교차해 만들어진 체크무늬) 등 다양한 체크무늬가
쓰였다.

색상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검정색 계열.

갈색 파랑 포도주색에 검정을 섞어 조명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색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