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갑갑할수록 세태를 꼬집는 풍자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마련.

풍자의 매력은 비뚤어진 세상을 우회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답답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는데 있다.

4명의 주인공이 조직의 비리가 담긴 비밀장부를 놓고 주먹집단과 벌이는
한바탕 소동.

정치인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자 한강파 나회장은 비밀장부와
함께 경리여직원을 잠적시킨다.

한보비자금 사건을 연상시키는 MBC 미니시리즈 "영웅반란"은
천편일률적인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참신하다.

코믹액션물이란 양식도 TV드라마에선 이색적.

쫓고 쫓기는 추격전, 상대방과 벌이는 전략게임에 주인공들끼리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양념으로 곁들여져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6부작 미니시리즈답게 스피디한 흐름을 유지하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도 보는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

무엇보다 이 극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적절한 캐스팅이다.

앞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날건달 한영웅으로 변신한 차인표와 CF에서
인정받은 끼를 십분 발휘하며 사이비기자 홍성대역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권용운.

두사람의 콤비연기가 코믹한 분위기를 제대로 이끌어 간다.

여기에 호들갑스럽긴 하지만 밉지 않은 춘복역의 윤손하,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정미역의 최윤영, 이름처럼 제멋대로 좌충우돌하는
나대로역의 박철등도 나름대로 극중 이미지를 잘 소화해낸다.

그러나, 코믹액션물이란 특성 때문일까.

영화에서 봤음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1편에서 나대로가 정미를 감시하다 들키지 않으려고 달리는 기차밖에
매달린 장면, 2편의 자동차 추격장면 등이 대표적.

영화와 달리 TV화면에선 왠지 낯설게 보인다.

특히 2부에서 나대로일당에게 쫓겨 도로와 주차장으로 도망다니는
장면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지나치게 긴 부분을 차지한 느낌.

"멋있는 화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줄거리에서 벗어난
추격장면이 주를 이루진 않을까 염려된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