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정규섭
출판사 : 일신사

94년 북.미 핵회담부터 현재의 4자회담 예비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국제회담에 등장할 때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예측불허의 북한전략을 점쳐
보느라 혈안이 될 정도로 북한외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몇년간 북한외교를 학문적 시각에서 접근한
학술서들이 하나둘 출판돼 북한외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외교의 어제와 오늘"은 가장 폭넓은 기간을 다루고 있어
책 한권으로 북한외교의 어제와 오늘을 외교노선의 변화와 정책이념의
체계화과정이라고 측면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외교정책의 변화요인을 국제관계 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내 정치적 환경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각 장마다 엿볼 수 있다.

국제관계가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결정해 준다는 체제이론적 측면과 "외교
정책의 국내적 결정요인"으로 대표되는 국내적 요소의 영향력을 고루 반영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북한의 외교정책이 시대별로 확고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추진돼
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선 48년부터 54년까지의 북한외교를 정권의 국제적 승인과 전시및
전후복구를 위한 진영외교로 성격지으면서 중소분쟁이 불붙기 시작하던
55년부터 65년까지의 북한외교를 다변화외교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분쟁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하던 북한의 입장을 적절히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전쟁의 확대와 한일 국교정상화라는 동북아 국제환경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절정에 다다른 중소분쟁의 언저리에서 북한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자주노선을 표방하는 과정을 저자는 주체사상의 완성과 연계시키고 있다.

국제환경의 변화와 정치기반의 수단인 주체사상의 연계고리로서의 북한
외교정책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71년부터 사회주의권 위주로 추진돼 오던 외교노선을 비동맹, 유엔및
서방외교로 확대시키기 시작한 북한의 외교를 세계화외교로 명명한 저자는
그에 따른 정책이념이 6차 당대회(80년10월)에서 체계화되는 과정을 대외
개방정책의 태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외교의 발자취는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대미일 접근과 핵
외교로 이어져 현재까지 계속된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김정일정권과 외교정책이 대미일 관계증진과 중국및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유대관계 지속을 통해 국제고립에서 탈피하고 남한에 대한 열세를
회복함과 동시에 대외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특히 경제개방외교의 확대로 경제난의 활로를 모색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현재의 이중적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해 우리의 대북
정책이 단기적이기보다는 중장기적 효과를 겨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정권의 정강(48년9월)에서부터 미.북 기본합의문(94년10월)에 이르기
까지 북한의 국제정세관과 실질적인 정책내용에 이해하는데 필요한 1차
자료들이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어 북한 외교정책뿐 아니라 정치경제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주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는다.

김용호 <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