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비홍 서역웅사(스타맥스)

90년대 "황비홍"시리즈의 완결판.

"황비홍3"이후 결별한 이연걸과 서극이 다시 뭉쳐 만들었다.

제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운 무도장을 찾아가던 황비홍은 신비한 동양
무술로 중도에 습격한 아파치를 혼내주고 중국이주민을 괴롭히는 백인들을
흠씬 두들겨 준다.

"황비홍은 역시 이연걸"임을 내세우며 90년 몰아닥친 "황비홍열풍"을
일으키려 했지만 만화같은 황당무계한 상황 설정과 빈약한 구성, 희화된
캐릭터 등으로 인해 "기품이 없고 카리스마가 사라진 황비홍"이 돼버렸다.

가장 큰 단점은 황비홍 이연걸의 아름다운 몸동작과 곡예같은 무술을
살려줄만한 상대가 없다는 점.

무식하기만한 마적두목과의 대결이나 제자 귀각칠과 벌이는 시시한 싸움만
으로 전편에 나온 황비홍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 베이비 세일(SKC)

어느 맞벌이부부가 육아와 가사를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한 "내아이 네가
키우기"공방전.

최진실 이경영이 나와 코믹연기를 펼친다.

시나리오는 시사만화가 최정현씨와 영화평론가 변재란씨가 자신들의
육아경험을 담은 만화책에서 따왔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물려 사회문제로 대두된 육아라는 예민한 주제를
치열한 접근없이 가벼운 웃음으로 포장했다.

미국 이민2세대의 방황을 지적 농담으로 독특하게 그린 단편 "모범시민"
으로 호평받은 김본의 장편데뷔작.

하지만 신인에게 기대하는 참신함이나 문제의식은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다.


<> 제8요일(DMV)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리는 다운증후군 장애인 조지와 우연히 만난다.

점차 서로 호감을 갖고 동화되는 두사람.

아리는 조지에 의해 일상의 평온함을 발견하고 달력엔 없는 제8요일을
맞아 순수의 시대로 돌아간다.

결국 조지로 인해 가족을 되찾는 아리.

장애인과 정상인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우정을 그린
따뜻한 감동의 영화.

실제로 다운증후군 환자인 파스켈 뒤켄의 맑은 연기가 인상적.

"토토의 천국"을 만든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여린 감수성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마법같은 화면이 돋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