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와 한 여자.

우연히 3인조를 이룬 세사람은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며 정을 쌓아
간다.

여자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다른 한 남자를 당황케 한다.

여자의 역할은 조연.

대개 두 남자 또는 한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거나 인간적으로
성숙하게끔 도와주는 "천사"를 담당한다.

이같은 얼개를 지닌 2남1녀 영화는 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소재.

고전인 이만희 감독의 "삼포가는 길"에서부터 "고래 사냥" "세상 밖으로"
"지상만가" 등이 대표작들이다.

작품에 따라 삼각관계를 강조해 멜로적 성격을 띠거나 두 남자의 우정을
진하게 그려 버디영화에 가깝게 가져가거나 아니면 전형적인 로드무비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각각의 요소를 적절히 살려서 배합해 재미를 극대화한 상업영화를 내놓을
수도 있고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개성을 마음껏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매력적인 형식이다.

2남1녀의 한국영화 3편이 비디오로 나와 안방고객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경영 김민종 정선경의 "3인조", 최재성 김보성 김연주의 "파트너",
이덕화 심혜진 김종헌의 "큐"가 전술한 2남1녀 영화의 구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들.

장르는 각각 다르다.

"3인조"가 독특한 구성의 블랙코미디, "파트너"는 버디영화에 가까운
전형적인 액션물, "큐"는 당구의 세계를 그린 스포츠영화.

"3인조"는 신인 박찬욱 감독의 패기와 개성이 아찔한 유머와 폭력으로
표현된 작품.

밤무대 색소폰 주자인 안(이경영)은 갈고리 하나로 모든 금고를 열 줄
아는 프로.

툭하면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죽지 못하는 겁쟁이다.

안의 후배인 문(김민종)은 조직세계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통하는
행동대원으로 보스의 총가방을 빼돌려 도망친다.

IQ80의 단순무식하고 과격한 인물.

두 남자의 첫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접근하는 마리아(정선경)은 수녀가
되길 원했으나 아기를 갖게 돼 좌절된 여자.

마리아의 잃어버린 아기를 찾기로 한 세 사람은 포복절도할 강도행각을
벌이고 다닌다.

경찰의 추격은 문에 대한 조직폭력배들의 복수의 위협과 함께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뼈있는 농담과 풍자적인 유머, 눈물찡한 감동을 섞어서 가정의 해체와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거칠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영화의 상투적인 관습과
패턴을 파괴하는 신인감독의 참신함과 실험성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에 비해 "파트너"와 "큐"는 장르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작품들.

신인감독 설춘환의 데뷔작인 "파트너"엔 애니메이션 삽입, 강도 높은
액션신, 핸드-헬드, 오블리크(사선)앵글 등을 사용한 감각적인 영상 등
공들인 노력이 보이지만 연출력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영화의 70%를 차지하는 액션신에 치중해선지 시나리오가 너무 엉성하다.

특히 나이트클럽에서 싸움 한 번으로 강훈(최재성)과 지우(김보성)가
친해지는 장면은 설득력이 없다.

쉴새없이 펼쳐지는 액션신도 어디에선가 모방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최재성과 김보성의 근성있는 연기는 평가해 줄만하다.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 "컬러 오브 머니"를 연상케 하는 원정수 감독의
당구영화 "큐".

내용도 두 영화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하다.

민욱(이덕화)과 동수(김종헌)를 따라다니던 혜수(심혜진)가 좌절한 두
남자를 대신해 큐대를 들고 복수를 감행하려 전면에 나서는 부분에선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했지만 결국 동수에게 양보하는 식의 결말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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