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8월15일 인도독립을 몇시간 앞두고 독립투쟁에 평생을 바쳐온
네루는 뉴델리의 찜통더위와 조국의 독립성취 감격에 잠을 못이루면서
"인도와 인도국민은 오늘밤 12시에 자유속에서 다시 깨어난다"고 독백했다.

"자유는 밤 12시에 (Freedom at Midnight)" (래리 콜린스, 도미니크
라피에르 공저)는 2차대전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독립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쓴 것.

"유니언 잭은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60년대부터 깨지면서
"스웨즈운하 서쪽 유럽의 영국"으로 전락한 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에
의해 더 이상 "통일된 왕국"이 아니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및 웨일즈로
분권될 처지에 놓인 대영제국.

그 "종말의 시작"은 인도대륙의 독립에서 비롯됐다.

8백45개의 방언, 공용어 15개, 복잡한 계급, 힌두교 시크 회교도
파르시스, 5백60개가 넘는 지방 봉건영주 등 거의 무정부적인 인도사회.

통일된 인도의 독립을 주장하는 힌두교도 네루와 회교도만의 분리독립을
주장한 알리 진나 박사,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영국의 입장 등과 맞물려
두 나라로 갈라진 비극.

도서관의 책부터 관공성의 비품까지 모든 국공유재산이 두몫으로
분배되는 기막힌 장면이 등장한다.

마지막 총독 마운트배튼경이 인도독립과 동시에 인도국민들로부터 화합과
중재를 위한 총독으로 추대받는 역설적 상황.

원천적으로 화합이 불가능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를 화해시키려다
간디가 암살당한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천벌로 봐야 할
것인가.

15세기부터 내려오는 인도 귀족들의 호화스런 취미와 방탕, 독립과정에서
이들이 특권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시대의 흐름속으로 몰락하는 과정 등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등과 외교 통상 문화교류가 넓어지는 이때에
우리 외교관 상사주재원 여행자들이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정철 < (주)한보에너지 재산보전관리인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