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는 지난해 한국문화정책개발원으로부터 전국에서 문화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전시시설 공공도서관등 문화예술 향유의 기본요건 평가에서 전국
시군구 가운데 최고점수를 받은 것.

세종문화회관을 비롯 굵직한 공연시설이 많은데다 대학로 인사동 등
야외공연장과 전통문화유산인 경복궁 등 주요 고궁이 모두 종로구에 속해
있다.

지난해 민선자치평가에서도 공무원 친절도와 행정서비스 개선, 안전관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시정개발연구원에서 뽑은 사회복지서비스분야 1위, 깨끗한
서울만들기, 개인서비스요금 안정관리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정치1번지"에서 "문화1번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종로구의 가장 큰
자랑은 명품명가의 거리.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인사동 "차없는 거리" (일요일)는 내국인은 물론
한국전통문화를 찾는 외국인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 8만여명이 몰려 "문화 종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는 인사동
거리에는 고미술 화랑기획전과 도자기만들기 문화상품판매 전통먹거리 등이
풍성하게 선보이고 있다.

"전통찻집과 골동품 상가 화랑 필방 전통의상실 등 고유문화의 원형이
이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집결된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곳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자는 생각에서 처음엔 1년 내내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자고 했지요.

일요일마다 가족과 연인끼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김주회
문화공보과장)

종로구는 인사동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보신각이 있는 관철동에도 차없는
거리를 추진하고 있다.

인사동이 격조높은 전통문화의 거리라면 이곳은 젊은이들을 위한
현대문화의 광장.

올해의 가장 큰 문화행사는 9월에 개최되는 ITI (국제극예술협회) 총회 및
97 세계공연예술축제.

25개국 40여 단체가 참가, 9월1~10월15일 50여곳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낭만과 예술이 넘치는 대표적 연극 거리.

종로구는 이번 국제행사를 위해 마로니에공원에 6백석 규모의 대형
노천극장을 만들고 야외무대 주변에 컬러 보도블록과 안락의자 59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수목터널 사이에 전통 소나무 9종 3천여그루를 심어 도심속의
숲속공원을 조성한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도 종로에 있다.

종묘공원앞 광장을 전통문화 전승지역으로 지정,1천석 규모의 "국악정"을
9월까지 완공하고 연말까지는 역사탐방로도 만든다.

북악 스카이웨이의 관광명소인 팔각정을 새로 지어 북한산과 서울시내를
한눈에 볼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종로에는 대형 공연장이 즐비한 탓인지 아직까지 구민회관이 없다.

그래서 올해부터 2백65억원을 들여 연건평 3천4백50평 (지하2층 지상5층)
규모의 구민회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99년 완공될 구민회관은 명륜동에 짓고 있는 청소년회관과 함께 구민
문화복지증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의 올해 예산은 1천3백49억원.

재정자립도가 낮은 우리나라 자치단체로서는 앉아서 예산타령만 늘어
놓을수도 없다.

특히 공공기관과 종교시설 문화재 등이 많은 종로는 비과세지역이 66%
이상 돼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확보된 재원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힘들이지 않고도
"생색나는" 일을 할수 있다.

현대건설의 협찬을 받아 자투리땅 30여곳에 농구대를 설치한 것이 좋은
예.

구민들은 물론 관내 기업들에게도 참여의식을 북돋운 케이스다.

이때문에 동사무소까지 기업들의 협찬이 이어지고 있으며 꽃꽂이 서예
레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