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가 가정과 직장에서 내 행세를 하며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면.

더욱이 그가 아들을 죽인 흉악범이라면.

"페이스 오프"(Face Off, 감독 오우삼)는 얼굴이 뒤바뀐 두 주인공을 등장
시킴으로써 심리극 요소를 가미한 액션물이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감독 오우삼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세번째 영화로
미국에서 개봉 첫주 "헤라클레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페이스 오프"란 맞서다라는 의미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어 그대로 "얼굴
(face)을 떼내다(off)"라는 섬뜩한 뜻으로도 쓰였다.

광적인 테러청부업자 캐스터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와 그로 인해 아들을
잃은 FBI요원 숀 아처(존 트라볼타)는 수년간 쫓고 쫓기는 가운데 서로의
얼굴이 뒤바뀐다.

혼수상태에 빠진 트로이가 설치해놓은 폭탄의 위치를 알려면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그의 동생을 만나야 했기 때문.

FBI가 택한 방법은 트로이의 얼굴을 아처에게 떼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 트로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상황은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아처의 얼굴을 붙인 트로이가 비밀을 아는 요원을 모두 죽인뒤 아처 행세를
하고 다닌 것.

물론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공식대로 아처는 철통같은 수비를 뚫고 탈출해
결국 가짜를 물리친다.

만화같은 설정이지만 결과는 처절하고 관객은 엄청난 혼돈과 전율을 맛보게
된다.

적에 대한 복수의 날을 갈지만 거울을 보면 철천지 원수의 얼굴이 나타난다.

정의의 수호자(FBI요원)와 테러리스트(범죄자)가 엇갈리고, 선과 악의 경계
마저 모호해진다.

마지막 장면은 멋진 액션과 평화로운 음악(Over the rainbow), 비장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액션의 스타일리스트" 오우삼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폭력적이고 육욕에 가득찬 모습과 책임강 강하고 진지한 성격을 번갈아
보여주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의 연기대결도 볼만하다.

9일 서울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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