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시인" 노천명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한 "노천명 전집" (솔, 전2권)이
나왔다.

노천명은 32년 "신동아"에 "밤의 찬미" "단상" 등을 발표하며 등단,
5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집 4권 (1권은 유고시집)과 수필집 2권을
남겼다.

38년 "사슴" 등 첫시집 "산호림"을 발간한 뒤 "사슴의 시인"으로
불렸지만 일제말기의 친일시비와 6.25중 부역혐의를 받아 수감된 전력
때문에 지금까지 변변한 전문연구자를 만나지 못했다.

전집 간행에 참가한 편집위원 (김윤식 김현자 김옥순)들은 "절제된 민족
고유어와 자유율에 바탕을 둔 전통리듬의 재생, 황해도 언어감각과 정서의
시적 수용은 반쪽인 우리 문학사가 시급히 조명해야 할 중요한 문학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시전집 "사슴"은 4권의 시집 초간본을 텍스트로 삼아 엮은 것.

"고성허에서" "봄잔디 위에서" 등 새로 발굴된 시 9편이 수록됐다.

김현자 교수는 해설을 통해 "노천명은 절제된 미감과 맑은 자연어로 순도
높은 시세계를 구축했으며 특히 자아에 대한 집요한 탐색으로 여성의
갈등과 모순을 표출, 한국 현대여성시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산문전집 "나비"는 "산딸기" (48년) "나의 생활백서" (54년)에 실린
그의 산문을 총망라한 것.

"광인"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다" 등 7편은 처음 소개되는 글이다.

김윤식 교수는 "노천명은 "강렬한 자기의식"이란 점에서 "오감도"의
시인 이상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