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연예박사" (목요일 오후 8시40분)는 출연자가 연예정보를
퀴즈형식으로 풀어가는 오락프로그램이다.

연예정보의 성격이 그렇듯, 인기가수의 노래를 듣고 제목을 알아맞추는
식의, 상식이나 정보라기 어려운 얄팍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게다가 출연 연예인의 사담과 잡담, 객관식의 찍기 요행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방송사는 제작비가 적게 드는데다 쇼나 오락프로보다 저질시비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적기 때문에 퀴즈프로를 선호한다.

"연예박사"는 출연자들의 지식과 순발력을 겨루고 시청자들의 참여
재미를 제공하는 퀴즈프로의 매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성격도 애매해진다.

두드러진 면은 다른 연예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자사프로그램의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

31일 방영분에서는 자사 주말프로그램인 "용의 눈물"과 "파랑새는
있다"를 퀴즈의 주소재로 사용, 방영시간의 약 절반을 보냈다.

손범수 아나운서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용의 눈물"의 스튜디오
녹화와 야외촬영 장면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했고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 또한 아끼지 않았다.

프로그램 안내 수준을 능가할 정도.

자료화면중 문제가 출제되지 않을까 해서 출연자와 시청자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을 무시하고 정작 주어진 문제는 "용의 눈물"의
어가천도행렬 촬영시 동원된 출연자의 수를 4개의 보기중 고르라고 하거나
연기자의 이름을 알아맞추는 정도.

한 출연자는 "지금까지 본 화면과 문제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랑새..."도 비슷한 수준으로 MBC에 발목잡힌 주말드라마를 회생시켜
보겠다는 노력만 눈물겨울 정도였다.

새롭게 단장한 드라마와 출연자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가 이어졌고
출제된 문제도 여주인공인 정선경이 일하는 카페이름을 묻는 수준.

KBS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연예박사(?)가 될수 없다는 얘기인가.

두 가지 모두 연예정보를 제공하기보다 홍보만을 위해 삽입된 듯하다.

주말프로그램을 미리 보여준 것조차 시청률을 의식한 치밀한 계산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용의 눈물"이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의의를 이해한다면
오락프로라도 차라리 그 내용을 정보 삼아 문제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