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화 음반 등 대중예술 분야가 음란 폭력성 시비와 공륜의 연이은
부적합 판정 검찰 소환 등으로 들끓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영화 "나쁜 영화"(감독 장선우)와 만화 "천국의 신화"
(이현세) "진짜사나이"(박산하)및 "악마주의" 계열 수입음반들.

장선우씨의 "나쁜 영화"(제작 미라신코리아)는 22일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상영금지에 해당하는 "등급부여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현세씨는 만화 "천국의 신화"(해냄미디어, 1부 4권)에서 잔인한 폭력과
집단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23일 서울지검에 소환됐으며,
박산하씨는 "진짜사나이"의 폭력성 때문에 24일 서울지검에서 조사받았다.

19일에는 폭력 살인 마약 자살숭배 등의 내용을 담은 외국음반을 불법
수입한 혐의로 음반사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이같은 제재는 최근 "빨간 마후라" 사건으로 청소년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데다 7월1일부터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된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련의 판정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문화예술계에 들이닥친 사정한파가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것.

"나쁜 영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파격적인 소재와 내용 때문에 "무사히
통과될까"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청소년문제를 가십거리로
다루지 않고 정면대결해 보겠다"는 주장과 "꽃잎" "우묵배미의 사랑" 등을
만든 감독의 네임밸류가 작용해 예상 주관객층인 청소년을 포기한 "연소자
관람불가" 정도로 마무리될수 있으리라 기대했다는 것.

한편 23일 소환된 이현세씨는 "음란 폭력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이해할수
없다.

차라리 절필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만화가협회 회원들도 이에 동조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만화평론가 김이랑씨는 "우리나라가 만화영화 OEM생산국을 벗어나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 산업국으로 부상하려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반론을 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현실을 여과없이 혹은 확대 묘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청소년 폭력서클 "일진회"가 일본만화 "캠퍼스 블루스"를 모방해 만들어진
것을 비롯 만화와 비디오가 분별력 없는 청소년들의 비행교과서로 작용하는
마당에 무조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절도 강간을 일삼던 10대의 행동을 스크린에 올리면서 "사회에는 모범생뿐
아니라 비행청소년도 있고 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나쁜 영화"
제작자 측의 주장 또한 무리라는 의견.

신경정신과 의사 이나미씨는 "다양성이란 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자유를
뜻하지 범죄행동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의 다양성이란 일정한
규범을 지키는 선에서 보호될수 있다"고 얘기했다.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만화나 비디오의 경우 몇몇 장면의 음란 폭력성뿐만
아니라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떠올랐다.

"경쟁일변도의 사고, 승자도 패자도 모두 파멸한다는 식의 삭막한 세계관을
계속 제시하는 것은 야한 그림 몇장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는 것.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2개의 명분이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불거져 나온 이번 문제가 "나쁜 영화" "천국의 신화" 판정을 통해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에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