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상수배"(제작 씨네2000, 감독 정홍순)가 우리 영화 최초로 해외에
직접 배급돼 9월10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봉된다.

"현상수배"는 배우지망생 제이(박중훈)가 갱두목 써니(박중훈)와 얼굴이
닮아 수배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믹물.

해외시장을 겨냥해 기획된 이 작품은 현지스텝과 배우를 기용해 시드니에서
촬영했으며 대사도 영어로 진행됐다.

상영장소는 시드니의 빌리지 로드쇼극장.

이 극장은 호주 3대 극장체인의 하나인 빌리지 로드쇼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씨네2000은 18일 이곳과 상영계약을 체결했다.

빌리지 로드쇼사는 호주내 4백여곳을 비롯 전세계 20개국에서 3천여곳의
극장을 운영중인 회사로 96년에는 제일제당 골든하베스트(홍콩)와 함께
(합작업체명 "CJ골든빌리지") 우리나라 극장사업에도 착수해 98년까지 21개의
극장을 설립하기 위해 추진중이다.

종래 한국영화의 해외배급은 주로 전문배급사를 통해 이뤄졌으나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최근의 해외 진출작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 "태백산맥"과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그 섬에 가고 싶다" 등.

이중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제작 씨네2000)은 네덜란드의 유명배급사
"포르테시모"를 통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됐으나 지금까지 수익을 얻지
못했다.

해외배급사를 거칠 때의 평균 수익배분율은 7:3 (제작업체:배급사).

대신 영화제 진출경비는 제작사가 부담하게 돼있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장사를 한 셈이다.

TV판권사업은 아직 여지가 남아있지만 배급사가 매입(해당지역)했기 때문에
수익이 생겨도 제작사와는 무관하다.

"현상수배"의 직배계약은 2주동안(상영횟수 71회) 극장임대료 2만2천
호주달러(1천5백40만원)를 내면 수입은 전액 제작사가 갖게 돼 배급사를
거치는 것보다 유리하다.

한편 상영후 TV판권거래(호주 뉴질랜드)도 할 계획이다.

예정가는 약20만 호주달러.

씨네2000 유인택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상업성과 경쟁력을 갖춘 영화의
해외진출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