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36)씨가 다섯번째 시집 "그리운 연어" (창작과비평사)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내적 성찰을 보여주는 짧은 시가 많다.

"너무 길게 큰소리로 떠들면 자잘한 들꽃들이 귀막고 돌아앉을 것만
같아서"라는게 그의 대답이다.

네번째 시집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고 묻던 그는 특유의 의인법으로 평범한
자연현상에서 삶의 무늬를 발견한다.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그런 줄도
모르고/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겨울 강가에서)

올봄까지 전북 장수 산서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는 3년간
그곳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다.

세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거나 시의 키를 세상에 맞추려고 했던
"꿈"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산자로 시작되는 곳답게/면소재지 지서 앞에는 보루대가 서 있다/아,
이곳에도 사람이 지나갔구나" (산서면)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 보여준 사회적 관심이 2인칭 시점의
"그대에게 가고 싶다", 1인칭 화자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거쳐
내면세계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