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쫓는 데는 추리소설이 최고다.

나무그늘이나 계곡에 앉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면
덥기는 커녕 주위가 서늘해진다.

야외로 못나간 사람들은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서스펜스의 즐거움에
탐닉해도 좋다.

요즘에는 남자보다 여자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고 선거열기를 반영하듯
정치적 음모를 다룬 내용이 인기다.

노원씨의 "바람의 여신"(전 3권),
정금애씨의 "종달새여 노래하라" (신원문화사),
김성종씨의 "붉은 대지" (전 5권 해냄),
이상우씨의 "아내는 실종중" (전 2권),
김상용씨의 "끝없는 추락" (전 2권),
안홍열씨의 "금배지" (삼성서적),
김상헌씨외 6인의 "미스터리 파일" (초록배),
최종철씨의 "미스테리 카페" (청조사) 등이 올여름 눈길을 끄는
추리소설들.

"신원 미스터리 클럽" 시리즈인 이승영씨의 "죽음을 부르는 펜끝",
이수광씨의 "내 안의 노랑나비", 백휴씨의 "이브의 덫"도 주목된다.

번역소설로는 "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 (전 6권 서울문화사), 딘 쿤츠의
"사이코", 스타인의 "악령", 제임스 허버트의 "흉가" (한뜻), 로빈 쿡의
"울트라" (전 2권 열림원) 등이 나왔다.

"바람의 여신"은 여자 강력반장의 활약을 그린 우먼캅 스토리.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형사 최선실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미스터리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나이트클럽에서 관객들이 보는 가운데 석궁으로 살해된 록가수 조수빈의
살인범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내 안의 노랑나비"는 어린 시절 계부에게 성폭행당한 정신과 여의사의
방황과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감춰진 폭력성을 통해 섹스중독에 걸린
다중인격자의 심리를 그렸다.

위험을 알면서도 야수성에 길들여져 가는 인간의 양면이 실감나게
묘사됐다.

"종달새여 노래하라"에는 대통령선거 개표결과를 조작하려는 컴퓨터
해킹이 등장한다.

개표중 특정 후보자의 득표율이 컴퓨터로 조작되는 바람에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중지사태가 발생한다.

60만달러의 커미션을 쥔 인터넷천재 풍차가 노린 표적은 무엇일까.

"끝없는 추락"은 의약계와 한의학계의 싸움을 둘러싼 정치자금 비화.

정치권의 돈줄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와 그로 인한 테러와 살인이
이어진다.

"금배지"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미남 인기스타의 야망을
그린 것.

침실의 마술사로 불리는 상대 후보와 금배지를 놓고 최후의 쟁탈전을
벌인다.

"아내는 실종중"은 22명의 각료 부인을 납치한 괴한의 정체와 부패권력의
이면을 둘러싼 스릴러.

입신출세한 남자의 첫사랑과 그 여인의 죽음 뒤에 깔린 거대한 음모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붉은 대지"는 70년대말 유신과 독재정치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박정희
전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센터"와 이를 저지하는 "벙커"의 파워게임을
그렸다.

박을 없애려다 사형당한 대학생과 그를 사랑한 여학생, 국가 비밀조직의
책임자, 이들이 고용한 일급킬러가 펼치는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

단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중단편 8편을 모은 "미스터리 파일"이 제격.

번역소설의 경우 장기이식 생체실험 등을 다룬 의학스릴러와 공포물이
주류를 이룬다.

로맨틱기법을 가미한 동물탐정소설 "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도
이색적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