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집단을 만들어 동료학생을 구타하고, 포르노 필름을 직접 찍어
돌려보는 10대들.

청소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고발하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선정성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집단구타 장면을 재연하고, 유흥업소에서 생활하는 10대들을 밀착
취재하고....

대안제시 없는 사례나열식 고발이나 흥미위주 사건보도의 경우 오히려
역작용을 낳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PC통신에는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부모들의 항의, 선량한 다수의
학생까지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청소년들의 항변이 올라 있다.

특히 청소년 음란비디오 사건을 자세히 보도한 MBC뉴스에 대해선 대부분
"지나쳤다"는 반응들이다.

SBS는 지난 12일 "추적!사건과 사람들"에서 유흥업소에 있다는 딸을
찾아나선 어머니와 동행취재하며 가출청소년들의 빗나간 생활을 보여줬다.

MBC PD수첩은 지난주 청소년 폭력문제를 다룬데 이어 태국, 루마니아 등
5개국의 어린이 성착취실태를 고발한 2부작 특별기획을 방영하고 있다.

가난때문에 매춘현장으로 내몰리는 지구촌 청소년들의 실상을 일깨워준
긍정적 측면이 있었지만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자극적인 내용도 많았다.

KBS는 20일 추적60분 "충격! 10대 출연 음란비디오"를 통해 청소년의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밝힐 예정이다.

방송위원회의 홍석경의원은 "청소년문제는 아이들의 장래가 달린
민감한 사안이므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문제점 폭로 위주에서
탈피,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MCA 청소년사업부 이승정부장은 "청소년문제가 본질에 접근하려는
진지한 입장에서가 아니라 현상위주로만 다뤄질 경우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걱정하는 목소리만 가득 채워넣을 것이 아니라 해법을 모색하는
심층적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