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라디오 방송이 음악전문 채널이라는 본질을 이탈한채 잡담투성이에다
은어와 비속어 등을 마구 사용, 청소년에게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는 오후 2~4시에 방송되는 KBS2
FM "서세원의 가요산책" MBCFM "2시의 데이트 이문세입니다" SBSFM
"임창정의 랄랄라 스튜디오" 진행자가 모두 비속어와 은어를 남발하고
전화참여 청취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초대손님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가 하면
청소년이 대부분인 전화참여 청취자들에게 반말을 예사로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시간대의 간판프로인 "서세원..."에서는 "그랬었었지" "제 멋대로
하세요" "떨떨떨지 마세요" 등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전화통화시 청취자의 나이를 몇통 몇반식으로 표현해 고정청취자가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은어적 표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시의 데이트..."역시 프로그램 이름을 "두데"라는 은어로 부르고,
청취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반말로 "뭐하세요? 직장인? 아냐, 두데를 끼고
사는데 무슨?"하는 식으로 무시하는 말을 하며 "김국진을 웃겨라"
코너에서 상품을 타기 위해 전화청취자에게 "점수 줘, 점수 줘"라고
외치도록 시키기도.

"임창정..."에서는 MC인 임창정이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산만하게
진행하는데다 "당연하다"는 말을 "당근이죠" 등 여러가지로 다르게
사용하며, 심지어 지난 3일엔 청취자의 사연이 담긴 팩스용지를 찢었는데
그 소리가 생방송됐고 진행자는 "썰렁한 사연을 보냈기 때문"이라며
청취자의 잘못으로 돌렸다는 것.

모니터회는 "진행자가 방송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마저
갖추지 못한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지적, "언어를 왜곡하거나 파괴하는데
앞장서는 연예인진행자가 아닌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구사하는
전문진행자가 프로그램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준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