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이 다가왔다.

산과 바다로 향하는 마음이 벌써부터 즐겁다.

회색빛의 도시를 떠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볼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맘때면 책과 담쌓고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소일거리 삼아 책 1~2권
정도 싸들고 여행을 떠나는게 어떨까.

때맞춰 서점가엔 문화답사기나 자연관찰기 등 우리의 삶과 환경을 유려한
필치로 옮겨놓은 책이 눈에 많이 띈다.

<> 문화답사기 =미술평론가 유홍준 교수(영남대)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창작과비평사 7천5백원)를 내놨다.

3권에선 답사처를 4개의 문화권으로 압축했다.

부여.공주.익산.서울등지에 남아있는 백제의 미학, 경주 불국사가
보여주는 조화적 이상미, 안동문화권에 서려있는 조선시대 양반문화의 미학,
섬진강.지리산변의 산사의 미학 등.

1,2권이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과 해석의 문제를 다뤘다면 3권은 문화
유산의 미학과 삶의 체취를 주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민속전문가 주강현 교수(경희대)도 최근 "주강현의 우리문화기행"(해냄
9천원)을 펴냈다.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으로 전래 민속문화의 "전도사"가 된 그가
이 책에선 봄 여름 등 계절별로 우리 땅에 대한 신비스런 체험을 맛보게
해준다.

"한국의 묘지기행"(자작나무)은 삼성문화재단에서 무형문화재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고제희씨가 전국에 있는 선현들의 묘지와 정자 누각 등 문화유적
들을 지난 3년동안 직접 찾아다니면서 쓴 묘지답사기다.

외국여행이나 이국적인 문화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겐 "람세스"의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의 "이집트여행"(한밭), 건축평론가 박호재씨의 "유럽건축
순례"(문학동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의 독일이야기 "잠들지 못하는
이야기"(학고재), 건축학자 김정동 교수(목원대)의 "일본을 걷는다"
(한양출판) 등이 여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자연관련서적 =야생화 전문가 김태정씨의 책을 먼저 꼽을 수 있겠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가지"(현암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꽃
1백가지를 뽑아 그 생태를 컬러화보와 함께 전설 유래 등을 곁들여 설명했다.

국일미디어에서 펴낸 12권짜리 "한국야생화"시리즈도 눈여겨 볼만하며
언론인 김대성씨와 수필가 오병훈씨가 함께 쓴 "꽃이 있는 삶-민속으로 본
우리꽃 100선"(생명의나무) 등이 꽃관련 서적.

자연환경의 모든 것이라 할 숲에 관련된 책으론 "숲으로 가는 길"(현암사),
"아름다운 숲 찾아가기"(초당), "숲속의 문화,문화속의 숲"이 있으며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책으론 "한국의 자연과 인간"
(우리교육사)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