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작은 마을 뮌스터는 지금 도시 자체가 거대한 조각공원이
되어 미술품 컬렉터 및 미술 애호가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6월22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9월28일까지 약 1백일동안 열리는
"조각 프로젝트 뮌스터 1997"은 10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현대조각전으로
올해가 세번째 행사이다.

뮌스터는 아름다운 공원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고 건축물들도 아담하고
탄탄하게 잘 지어져 도시 자체가 예술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자체가 사람들이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고
사색하며 걷기에 편리하게 조성이 되어 있었다.

뮌스터 시와 란데스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전시기간동안 미술관의 경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또 관람자를 위해 3시간에 10마르크를 내면 자전거를 타고 관람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란데스미술관 관장인 클라우스 부스만은 개막식 인사말에서 독일은행과
한국 삼성의 협찬으로 이 행사가 치러지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맡은 미술사학자 카스퍼 쾨닉
(Kasper Konig)은 "미술관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전시가 아닌
도시의 거리라는 공공장소에 대중을 위한 예술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대니얼 뷔렌 (Daniel Buren) 리처드 세라 (Richard Serra) 솔 르윗
(Sol Lewitt) 에두아르도 칠리다 (Eduardo Chillida) 레베카 혼
(Rebecca Horn) 백남준 황용핑 등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73명의
현대작가들이 참가한 조각올림픽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란데스
미술관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백남준은 슐로스 광장에 웅장하게 자리한 뮌스터성앞에 32대의
자동차를 설치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조용히 연주하기"라는 다소 긴 제목의 이
설치작업은 1920년대부터 50년대 미국 자동차를 은색으로 칠하고 자동차
안에는 오래된 TV와 라디오들로 가득 채웠다.

이 작업을 통해 백남준은 산업사회의 발명품인 자동차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독일 레베카 혼의 옛 감옥인 즈윙거에 1987년에 설치했던 "상반된
콘서트"라는 작품은 뮌스터시가 1993년에 구입하여 영구설치한 것으로
움직이는 작은 망치들이 건물의 벽면을 끊임없이 쪼아대고 있는 인상적인
설치작품이었다.

터키의 아이제 에르크멘의 공중을 나는 조각작품은 정말 기발한
착상이었다.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느닷없이 시끄러운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조각상을 매달고 공중을
나는 헬리콥터를 보게 된다.

이 행위작업은 란데스미술관 구관 지붕위에 조각품을 내려 놓았다가 다시
매달고 하늘을 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는 뮌스터의 교회와 현대미술과의 어려운 관계를 다룬 작업으로 올해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작품중 하나였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