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상반기 비디오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20%이상
줄어드는 등 극심한 불황의 늪을 헤맸다.

국내 비디오 11개 메이저제작사의 자료를 근거로 "97상반기 비디오 종합
판매 순위 30"을 집계한 결과, 대부분 지난해 같은 순위의 작품보다
판매량이 1~2만장 감소, 불황의 정도를 전해준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 SF액션 "인디펜던스
데이"는 13만1천여장이라는 전무후무한 판매량을 기록,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 시장이 급격히 호전되거나 대여점이 증가하지 않는 한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

선물을 포함한 패키지 사전주문제, 심야 전격 발매, 타업체와의 조인트등
업계 사상 최대의 프로모션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악의 불황속에서 세운 기록이라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미국은 물론 국내 96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화제작임을 감안하더라도
1만8천여개에 이르는 대여점 수에 비해 과다한 판매가 아니었냐는 지적.

실제로 비디오체인점 "영화마을"에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8만5천여장
판매돼 2위에 오른 "롱키스 굿나잇"이 "인디펜던스 데이"를 누르고 대여
횟수 1위를 기록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할리우드 액션.스릴러물이 상위권을 휩쓸며 대여점을 완전
점령했다.

"트위스터" "데이라잇" "글리머맨" "랜섬"등 대작들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전체적인 홍콩영화 부진속에서 성룡의 "나이스 가이"와 이연걸의 "흑협"이
각각 5,10위를 차지해 액션배우로서 이름값을 해냈다.

한국영화의 판매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박중훈 주연의 액션물 "깡패수업"이 7만2천장이상 팔리며 한국영화 1위를
차지했고 "고스트 맘마" "귀천도" "체인지" "초록물고기"가 30위권에 들었다.

액션영화의 초강세속에 가족영화는 전멸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솔드 아웃", 로빈 윌리암스의 "잭", 존 트라볼타의
"페노메논" 등 미국 비디오시장에서 1,2위를 다툰 작품들이 4만장에
못미치는 판매량으로 30위안에 들지 못했다.

한국 비디오고객의 "액션편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

이례적으로 극영화가 아닌 곤충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코스모스"와
클레이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이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며
각각 15,27위에 올랐다.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시리즈가 만화책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30위에
랭크된 것도 눈에 띈다.

제작사별로는 96년말 워너와 뉴리전시의 영화를 가져온 드림박스가 6편을
랭크시켰고 CIC(5편)와 SKC(4편)가 뒤를 이었다.

메이저 가운데 우일과 새한이 1편도 진입시키지 못했고 중소제작사중
유일하게 베어가 1편(윌레스와 그로밋)을 올려 놨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B급액션등 "중박프로"에 강한 시네마트가 1위에 올랐고
드림박스가 2위를 차지했다.

단일 브랜드로는 그동안 1위를 고수해온 SKC가 3위로 내려앉았다.

직배사로는 CIC와 폭스가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하며 선전했고 콜롬비아가
부진했다.

지난해말까지 미미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비디오시장이 올 상반기에 나락
으로 떨어지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하반기에 각 제작사들은 브랜드 통합등 내부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으로
지나치게 커진 몸집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업계를 양분해온 대우와 삼성의 대표주자인 시네마트와 드림박스의 한층
치열해질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태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