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느는데 걸 영화가 없다.

영상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하드웨어 (극장)는 급증하고 있으나
정작 소프트웨어 (작품)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현재 서울시내 극장은 93개 (전국극장연합회 집계).

내년말이면 분당 일산 등 서울근교 것까지 1백57개가 된다.

1년여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

극장이 이처럼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프린트벌수 제한 폐지.

미국 직배영화가 여러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기 시작하자 극장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96년 프린트벌수 제한이 완전히 폐지되자 모든 극장이 복합관으로
바꾸기 시작, 서울시내 8대관중 허리우드는 6월말 3개관으로 바뀌었고
단성사 피카디리 대한극장도 복합극장으로의 재개관을 추진중이다.

""서편제"가 단성사에서 여섯달동안 동원한 1백만명을 "쥬라기공원"은
10여곳에서 한달만에 끌어낸 사실은 극장수를 늘리는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올댓시네마 심영 기획실장).

대기업 또한 복합관이나 규모가 더큰 멀티플렉스극장을 신축중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은 명보극장 2개관, 서울극장 1개관을 운영하는데 이어
옛 동방프라자 자리 (97년말)와 분당 서현역사 (98년말)에 멀티플렉스를
마련중이다.

대우는 대한극장과 스카라극장 및 씨네하우스 3개관을 운영하는데 이어
2001년 완공되는 서울 삼성동 아셈 (ASEM) 센터에 극장 15~20개짜리
멀티플렉스를 개설할 계획이다.

금강기획은 3개관 총 1천2백석 규모의 시네플러스 (지상12층 지하3층)를
연말께 개관하고, 98년까지 목동컴플렉스를 완공할 예정이다.

제일제당은 일산 서광백화점 (98년초 완공, 9개관) 구의동 테크노마트
(98년초, 12~14개관) 분당 야탑테마폴리스 (99년 7월, 9개관)를 추진중이다.

문제는 하드웨어는 이렇게 급증하는데 영화제작부문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6월까지 상영됐거나 제작중인 영화는 78편.

97년 3월부터 98년 6월까지 제작될 작품수는 60편 (영진공 집계).

제작에 들어가려면 사전작업에만 최소 4개월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이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국산영화 제작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올 상반기 개봉작 22편중 히트작은
"비트" 1편뿐으로 나머지 대부분이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

이 때문에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던 기업의 상당수가 "제작은 당분간 두고
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새로 세워질 첨단 극장들은 수입영화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엄청나게 늘어난 극장을 메우기 위해 엉터리 외화까지 무분별
유입되리라는 우려다.

"일본영화도 들여와야 할 형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EU (유럽연합) 국가의 경우 90년대초 멀티플렉스극장이 늘어난
뒤 96년 관객수가 95년보다 30% 증가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극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도 있다.

그러나 영화관계자들은 "그 관객이 3류 외국영화나 보게 된다면 일반
국민이나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박한다.

21세기 영상산업이 "속빈 강정"이 되지 않으려면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보강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