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회색빛 도시.

스치고 지나가는 만남은 많지만 가슴을 열고 나를 드러내기엔 어딘지
부담스럽다.

삶의 껍데기를 벗고 알맹이를 찾고픈 욕구.. 홍대앞 카페 "쿤스트 베"는
본질적 정서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실내건축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긴 곳이다.

"쿤스트 베"(독일어로 예술적 존재란 뜻)란 이름도 같은 맥락에서
붙여진 것.

1, 2층으로 된 이곳은 각층마다 다른 디자인 컨셉트에 따라 지어졌다.

"본질의 형상성"이란 개념이 반영된 공간은 2층.

"사람도 옷을 벗어야 숨김없는 모습이 드러나듯 건물도 더하고 바르기보다
부수고 털어내야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죠"

설계와 시공을 맡은 월가디자인 연구소(512-8291)의 박성칠대표는
"공간의 본질을 추구하며 소재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고 말한다.

천장은 마감재 없이 노출시키고 오래된 원목을 사용해 서까래를
만들었다.

얼기설기 얽여 있는 전기줄과 군데군데 매달려 있는 백열등.

소래포구의 황량한 벌판에 서있는 전신주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벽 또한 노출된 콘크리트에 부식되고 낡은 느낌이 나는 페인트칠을 했다.

파스텔블루와 오렌지레드의 소파는 자칫 칙칙하게 느껴질수 있는
분위기에 경쾌함을 불어넣는다.

1층은 2층과 달리 세련되고 고급스런 분위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건물외부는 금속재를 사용, 현대적이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금속외장재를 표피처럼 만들어 필요에 따라 움직일수 있도록 하고,
테라스 유리문에 접이식 시스템을 사용, 기능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입체감을
강조했다.

내외부 조명이 어우러져 야간에 더욱 돋보인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