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영화제를 만들고 영상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영화계와 지방자치체 관계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표시했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문화와는 거리가 먼 삭막한 곳으로 알려진 부천과
영화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기 때문.

최근 영상사업이 인기를 끌자 무리하게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천시 관계자들은 이런 평가에 강하게 항변한다.

영상문화단지는 지역의 위치와 경제기반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며,
영화제도장고 끝에 나온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들은 또 "부천에도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부천에서는 해마다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

올해 여덟살인 시립교향악단은 부천의 자랑.

청동기시대 문화유적지 (오정구 고강동)도 소중한 유산이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5월 3만5천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공설운동장
건설에 들어갔고,8월이면 서울 장충체육관보다 큰 실내체육관이 완공된다.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 임헌정)는 현악부문이 강한 게 특징.

연간 운영예산은 25억원선.

부천에는 이밖에 부천시립합창단 (88년 창단) 청소년합창단 (96년 창단)
등이 있으며 청소년관현악단 창단도 추진중이다.

부천이 문화불모지라는 건 오보인 셈.

그러나 부천시 관계자들은 지역특성 및 산업과 연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어야 명실상부한 문화도시가 된다는 것을 파악했다.

문화도 경제기반과 연결돼야 자생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영상문화단지.

농지에서 주거지로 전용되는 95만평의 상동택지 개발방안을 모색하다가
이중 26만5천평을 영상문화단지로 만들기로 했다.

완공 목표는 2005년.

중동 신시가지 산업체 (아파트형 공장)의 25%가 출판 애니메이션 컴퓨터
소프트웨어등 영상정보분야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영상문화단지는 소프트웨어파크, 미디어파크 (영상테마파크),
미디어아카데미, 멀티미디어정보센터, 지원단지로 구성된다.

12만평에 세워질 미디어파크는 야외음악당 노천극장 영화관련전시장을
갖춘 꿈의 놀이공원으로 기획됐다.

영상문화단지 개발을 통해 경제와 문화 모두에서 자치시가 되겠다는
것이 부천시의 포부.

영화제의 이름은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어려운 예술영화 품평회가 아닌 재미있는 영화 잔치다.

영화감독 이장호 (조직위 부위원장) 김홍준 (프로그래머)씨가 주축이 돼
꿈 사랑 환상을 담은 작품을 선정중이다.

참가작은 전세계 30여개국 60여편이며 부천시내 극장 세곳에서 선보인다.

영상문화단지와 영화제 계획은 시민 대다수 (96년 12월 조사결과 시민
87.3% 찬성)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인구30만명 이상의
수도권 도시중 "부천이 가장 살기 좋다" (2위 안양, 3위 수원)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케스트라가 있고 산뜻한 신시가지가 있고 영상산업에 대한 비전이
있는 곳.

이 때문에 부천시민의 자부심과 긍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