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사이의 우정은 존재할 수 있는가"

이같은 물음에서 출발한 KBS 월화미니시리즈 "프로포즈" (극본 최윤정
연출 윤석호)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
전형적인 트렌디드라마다.

파스텔톤의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빠르고 리듬있는 대사, 뮤직비디오
감독과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가등 전문직업인의 등장은 드라마의 성격과
조건을 잘 나타내고 있다.

"칼라" "내일은 사랑" 등 신세대 취향의 드라마를 주로 연출한
윤석호PD와 MBC "짝" "아이싱" 등으로 실력을 다진 작가 최윤정씨는
곳곳에 신세대들의 눈을 끄는 요소를 배치해 놓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이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룬다.

유라 (김희선)와 준호 (류시원)는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는 절친한
친구이자 미대 동창으로 허물없는 사이.

준호가 유라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는데 비해 유라는 준호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날 유라앞에 민석 (이창훈)이 나타난다.

민석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물.

유라는 다정다감하고 편안한 민석에게 끌리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프로포즈"에는 시청자의 눈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에 류시원이 찍는 뮤직비디오에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청소년 시청자를 유혹한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김희선과 류시원의 감정을 이입시켜 표현하는
등 등장인물의 미세한 감정변화까지 화면에 담아내는 연출력은 놀랍다.

여기에 강성진 조은숙 원빈등 조연들의 연기도 한몫을 한다.

10부작으로 기획된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연장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갑작스런 늘리기로 당초 내용이나 드라마의 분위기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