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침략을 당하는 나라의 병사와 국민뿐 아니라 침략군 자체에 큰
피해를 남긴다.

히틀러의 세계정복 야심의 1차 피해자는 바로 독일군 병사들이었다.

영화"스탈린그라드"(감독 요셉 빌트마이어)는 이 논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영화는 원칙과 명예를 중시하는 독일군 신참장교 한스의 눈과 입을 통해
전개된다.

"스탈린그라드를 히틀러그라드로 바꾸겠다"는 호기어린 선언아래 1942년
시작된 스탈린그라드전투는 6개월간 1백65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이것은 단일전투 사상 최대 사망자 기록이며 이들의 대부분은 고향에서
농사짓다 끌려나온 순박한 청년과 10대 소년병들이다.

전장에서 군목은 "소련군이 신을 모독했고 하느님은 우리 독일군편"
이라며 군대를 독려하지만 병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점차 전의를
상실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강을 잡으려는 지휘관은 전의를 높이기 위해(?)
무고한 양민을 학살케 하고 닷새만에 지급된 식량때문에 벌어진 소동을
문책하려 자기 병사를 사살한다.

병사들이 가혹한 장군을 죽이고 산더미같은 음식과 러시아 여자를
숨겨놓은 막사를 발견하는 데서 전쟁의 모순은 최고도로 표출된다.

이 영화는 93년 스탈린그라드전투 50주년을 맞아 "독일인의 시각에서
2차대전을 그린다"는 계획을 가진 빌트마이어감독의 지휘아래 만들어졌다.

나치 독일의 합리화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으나 감독은 2시간17분동안
이어지는 광대한 스케일의 잿빛 화면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광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쟁은 어리석은 광기이며 어떤 고귀한 명분도 그 결과를 책임질수
없다"

28일 명보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