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탐라왕국을 되찾자.

제주도에서는 요즘 탐라의 정신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제주사 정리작업이 그 첫째.

"제주사, 탐라사는 그동안 우리역사에서 거의 잊혀졌습니다.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탐라의 역사를 밝혀 향토사를 분명히 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제주사 정립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얘기다.

지난 2월 발족된 제주사 창립추진위원회는 5년동안 연차적으로 탐라사를
정리할 방침이다.

올해는 우선 문헌을 통해 기초자료와 방법론 등을 찾을 계획이다.

이같은 제주사의 발굴 정립작업을 위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10억원을
출연했다.

제주도의 문화정책은 뿌리찾기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광지인 만큼 문화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섬만의 독특한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연의 혜택만을 관광의 무기로 삼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제주도 특유의
문화를 개발, 관광객들이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도록 하는 문화관광상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한욱 제주도 문화관광국장의 얘기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10월에는 제42회 아.태영화제를, 98년 여름에는
섬문화축제를 펼칠 계획이다.

아.태영화제는 14개국 6백여명의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축제.

도에서는 이를 위해 오픈시네마를 운영하고 대형화면을 설치한다.

또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스타의 밤을 개최하고 해변카페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제주도를 종합적인 영화촬영 장소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올해 서른여섯번째 열리는 한라문화제는 향토문화축제를 승화시켜
향토음식축제, 농.수.축산물장터, 관광토산품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밀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발리, 중국 해남성, 일본 오키나와 등 자매결연 지역의
민속예술단을 초청해 국제민속예술제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또 탐라합창제, 전국 민요경창대회, 한여름밤의 해변축제 등 예술문화
축제도 문화관광행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섬, 늘푸른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98년 7월25일~8월13일 주행사인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도 전역에서 펼칠 예정인 섬문화축제는 22개국
32개섬이 참가하는 세계 최오의 섬 축제.

섬이 지닌 고립과 단절의 환경 극복을 위해 형성된 섬만의 독특한 문화,
전통축제, 문속신앙, 민요, 제례, 복식문화, 음식 등을 소개하는 대규모
이벤트다.

오키나와 발리 괌 하와이 푸케트 페낭 자메이카 등 16개 섬에서
참가의사를 밝혀온 상태.

바다를 주제로 한 국제트라이애스론대회 요트대회 윈드서핑대회 등
해양미니올림픽도 연다.

관광객 유치를 겨냥한 축제만이 제주도 문화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주민의 문화향수권 신장을 위해 읍.면 지역에 공동도서관을 확충한다는
계획아래 올해까지 한수풀도서관 등 7개의 읍지역 도서관을 세웠다.

98년부터는 한경면 도서관을 시작으로 표선 안덕 우도 추자면에까지
도서관을 만들 방침이다.

제주도는 또한 2000년에 세워질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0년대 비전으로 "정체성 확립과 문화 고부가가치화"를 내건 만큼
제주도는 이제 문화의 중요성에 눈을 떠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전문가의 양성 및 문화관광프로그램의 개발 및 정립,
문화자원의 세계화 등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 제주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