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우뚝 서있는 건축물들은 거대한 콘크리트덩어리와 철제가 어우러져
"현대적"임을 자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체를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는 도시에서 건축물이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일뿐 아니라 도시의 표정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요소다.

주간에는 건물의 외형적 크기나 모양 색감 등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야간에는 또다른 건물의 이미지를 통행인들에게 전달해 줘야
한다.

따라서 도시건물 조명은 환경조명 측면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로마같은 유럽의 도시에는 웅장한 고대 석조건축물이 많고 이러한
건축물들은 야간에 외부조명을 통해 더욱 장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엔 특색있는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에 비하면 짓는데만 급급한 경우가 다반사다.

건물조명이 제대로 빛을 내려면 우선적으로 좋은 건축물이 있어야 한다.

건물의 야간조명 설계에는 몇가지 기초적인 사실들이 있다.

철강재에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을 사용하고, 벽돌재의 경우는 붉은
갈색조명을 사용하는 등 물체가 지닌 고유한 색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서로 다른 컬러의 대조, 그림자 대비를 통한 부분적인 강조 등
빛의 균형을 활용한 창조적인 조명환경이 눈에 띈다.

건물외부 조명에선 조명기구가 주간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노출되더라도 건축물이나 주변환경과 잘 조화되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의 처리가 조명디자이너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도심의 건물조명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
환경이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조명으로 인한 공해를 해소하고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심리적
편안함을 주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손장복 < 국제조명 설계실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