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과 캄보디아 불교계가 첫 만남을 갖고 공식 교류에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혜창 스님은 지난 4~9일 프놈펜을 방문,
캄보디아 불교의 최고승이자 시하누크 국왕의 왕사인 텝 퐁(73)스님과
만나 양국불교 교류와 우호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만남에서 양측은 불교지도자의 교환방문과 승려교육 지원 등
상호협력을 확대키로 하고 올해안에 세부계획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조계종은 스리랑카 태국에 이어 세번째로 남방불교와 친선관계를
맺는 결실을 거뒀다.

이번 교류는 미얀마 라오스등 소승불교권은 물론 동남아 유일의 대승
불교권인 베트남과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6일 우날롬 사원에서 만난 텝 퐁 스님은 "지난해 7월 훈센 총리의 방한과
양국 대표부 설치등으로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혜창 스님의
캄보디아 방문을 계기로 양국 불교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혜창 스님이 "내년 초파일때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자
"일정을 검토한 뒤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캄보디아 승가교육에 대한 지원 제의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텝 퐁 스님은 한달에 두번꼴로 시하누크 국왕을 만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인물.

주요 불교행사때는 국왕의 알현을 받는다.

시하누크가 94년 북한을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폴 포트 시절 캄보디아만큼 끔찍한 고통을 당한 나라는 없을 겁니다.

사찰이 처형장과 감옥으로 쓰였죠. 한국불교가 발전한 데는 우리보다
안정된 사회분위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일 겁니다"

텝 퐁 스님은 당시 그들에 의해 승복을 벗고 일반 옷으로 갈아입도록
강요당했던 일을 회상하며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양국간의 불교교류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는 그간 일본 중국등 대승불교권과 미국 유럽에 대한 포교 및
교류에 주력해온 반면 정작 불교전통이 강한 동남아 국가와의 접촉은
정정불안 등을 이유로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혜창 스님의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지난해 프놈펜에 한국
대표부가 설치된 것과 함께 남방불교권 진출의 새로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프놈펜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