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3월 멕시코 시내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던 집권 제도혁명당(PRI)의 콜로시오 후보가
유세도중 쓰러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95년 봄.

멕시코에 투자했던 해외자본들이 대거 철수, 멕시코는 전대미문의
금융공황을 겪게 됐다.

멕시코의 저명한 역사학자 엔리케 크라우제가 쓴 "멕시코 : 권력의
전기-멕시코 현대사"(원제 Mexico:Biography of Power-A History of Modern
Mexico, 1810~1996)는 거듭된 독재와 그에 대한 항거로 점철된 멕시코
현대사에 대한 보고서다.

크라우제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말까지 멕시코의 영욕은 "독재에
가까운 대통령 중심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었으며 의회와 집권여당은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독단적으로
집행했으며 이는 경제의 급격한 부침으로 연결됐다는게 저자의 분석이다.

17년 농지개혁으로 실권한 포르피리오 디아스, 34년 갑작스런 국유화를
단행한 카르데나스, 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편 포르티요 등이 그러한
대통령들.

그는 82년 이후 집권한 미구엘, 살리나스 대통령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전통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라우제는 급성장과 나락을 거듭하는 멕시코 경제의 유일한 희망은
민주주의의 복권임을 강조한다.

"경제에서는 안정이 제1의 가치라 할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고 분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널뛰는
경제를 가라앉힐수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