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의 거칠고 메마른 섬 사르디냐에 자식을 학교대신 산으로
보내는 가난하고 무지한 아버지가 있다.

걸핏하면 매를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외로운 청년으로 자란 그는 스무살이
돼 군대에 가서도 무식하고 어리숙하다는 이유로 힘겹게 지낸다.

이탈리아의 형제감독인 비토리오& 파올로 타비아니의 영화 "빠드레 빠드로네
(나의 아버지, 나의 주인님)"는 폭압적인 아버지에 대항해 싸우다가 결국
새로운 삶을 얻는 아들의 얘기를 통해 60~70년대 유럽을 풍미했던 유토피아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타비아니 형제가 각본.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제30회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과 비평가상을 함께 받았다.

제목은 아버지가 곧 주인님이라는 남부 이탈리아의 강력한 가부장제를
뜻한다.

작품은 문맹에 심한 사투리를 쓰던 시골 양치기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한 언어학자가 된다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로 가비노 레다라는 실존인물
의 자서전을 토대로 했다.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척박한 땅, 진녹색 검정색과 갈색이 주조를 이룬
어두운 색조,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찍은 화면, 아무 배경음 없이
양 울음소리만 들리다가 가끔씩 들어간 배경음악...

기교라고는 찾아볼수 없는데도 지루한줄 모르게 1시간40분 동안 시선을
붙든다.

극적인 상황을 흥분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해낸 힘이 놀랍다.

작품은 주인공 가비노(사베리오 마르코니)가 몰래 학교에 갔다가 아버지
손에 끌려나오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가 같은 상황을 영화로 연출하는 모습
으로 끝난다.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폭력, 열악한 생활환경, 죽을 때까지 다른 곳에는
발도 내딛지 못하는 폐쇄적인 삶은 "풍요롭고 세련된 유럽"이라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국내에서 연소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21일 동숭 씨네마텍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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