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미소로 문화예술의 시대를 연다"

지난 5월 27일 경주 현대호텔에선 "98 경주 세계 문화엑스포" 선포식이
열렸다.

경주문화엑스포는 천년고도 경주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세계 각국의 고유문화를 한자리에 모아 조화.융합을 꾀한다는
취지로 경북도와 경주시가 추진하는 행사.

경주시는 격년제로 개최 예정인 문화엑스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도시에서 "세계 문화교류 중심지"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내년 9월10일~11월10일에 개최될 첫 행사의 주제는 "새 천년의 미소-
전승, 융화, 창조".

인류가 이룩한 전통문화를 계승 보존하고 이질적인 동 서양의 문화를
융합, 21세기 인류문화의 재창조를 지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주문화엑스포는 지난해 6월 경북도 "21세기 발전계획"의 하나로
구상됐다.

현재 각계 전문가 1백2명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우선 경주 보문단지내 17만평에 이동식 공연장과 전시장 등을
마련해 행사를 펼친다.

2000년부터는 인근 2백만평 부지에 6천석 규모의 컨벤션센터,
종합문예회관 등을 포함한 세계민속촌단지를 건설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2000년에는 ASEM회의, 2002년에는 월드컵대회와 연계해 개최할
예정.

조직위는 98년엑스포 예산으로 행사비 3백4억원, 시설비 1백50억원 등
총 4백54억원을 잡고 있다.

현재 국비 50억원, 도비 29억원, 시비 25억원 등 1백4억원을 확보한
상태.

각종 시설물 건립에는 민자를 최대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행사는 <>전통음악, 무용, 연극공연
<>"미소"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가면, 민화, 공예, 의식주관련
전시회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양태를 비교상영하는 영상쇼
<>문화과학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
<>"참가국의 날" 등 다채로운 문화이벤트로 이뤄진다.

경주에는 이밖에도 신라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행사가 풍성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년마다 가을 (10월8~10일)에 여는 신라문화제.

내년에 2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화랑.원화선발대회, 제전, 민속군무,
길놀이, 민속공연, 전통예술, 불교.학술행사 등 10개부문 41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외국관광객 2만명을 포함, 관람객이 15만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문화
행사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신라문화선양회에서 행사를 주관한다.

이밖에 원효문예대제전, 월명제, 청담제, 무릉축제 등 민간문화단체의
행사만도 2백여가지가 넘는다.

경주는 국보, 보물, 사적 등 국가 지정문화재 1백98점을 비롯, 3백92점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95년에는 불국사, 석굴암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경주에서는 문화재 보존이 문화사업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 문화예술분야 총예산은 1백63억1천1백만원.

이중 국비가 차지하는 1백10억원은 전액 문화재 보수용이다.

문화행사에 대한 국비지원은 작년 신라문화제때 문예진흥기금으로 받은
3백만원이 전부.

기업협찬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김영춘 경주시 문화계장은 "시가 작아 홍보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탓인지 대기업들이 경주문화행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라며
"국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예산확보와 함께 경주시가 해결해 나가야 할 또다른 과제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

최근 황성공원내 실내체육관 건립, 경주경마장 건설 등을 둘러싸고 시와
시민단체간에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지역개발을 앞세운 생색내기 이벤트가 아닌
경주시 도약의 진정한 발판이 될 알맹이 있는 행사로 꾸며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