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대사로 유명한 극작가 이만희씨와 흥행의 귀재라고 불리는
연출가 강영걸씨.

"불좀 꺼주세요" "아름다운 거리" 등을 통해 명콤비로 알려진 두 사람이
2년간 손잡고 대표작 5편과 신작 1편을 잇달아 공연한다.

서울 두레문화예술단 (대표 김운태)이 기획한 "이만희, 강영걸 연극축제
97~98" (기획자 강준혁)이 그것.

이 축제는 국내 최초로 극작가.

연출가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시리즈 공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사람의 호흡이 빚어낸 무대예술 세계를 집중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공연뿐 아니라 기획, 홍보, 연습, 소품일지 등 작품마다 공연 전과정을
기록해 출판물로 남기고 연말께 워크숍도 가질 계획이다.

두레문화예술단은 이 축제를 계기로 대학로 두레극장 (큰두레)옆에
제2관 (작은두레)를 마련했다.

2년간 두 장소에서 번갈아 공연을 벌일 예정.

12일부터 작은두레에서 공연될 개막작은 "돼지와 오토바이".

93년 북촌창우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초연됐을 당시 흥행에 성공, 장기
공연에 들어갔던 작품이다.

불교적 인생관을 반영하는 이만희씨의 다른 작품과 달리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삶과 운명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보여준다.

주인공 황재구는 박경숙이라는 여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그가 넋두리처럼 풀어놓는 과거 이야기는 너무나 파란만장하다.

아내와 성실하게 살던 그에게 기형아가 태어난다.

어쩔수 없이 아이를 살해한 그는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그사이 아내는
친구와 불륜에 빠져 자살한다.

누가 그의 불행을 예측이나 할수 있었을까.

돼지는 오토바이만 타면 접붙이러 가는줄 알고 좋아한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축병원에 갈 수도, 도살장에 끌려갈 수도
있다.

작가는 인간의 삶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말하면서 암담한
현실속에서도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운명론을
내비친다.

"구겨질대로 구겨진 삶이 왜 아름답질 않습니까. 이 모진 세파속의 삶이
어찌 단아하고 정갈하기만 하겠어요"

유영환, 송채환, 성병숙 (더블캐스팅) 출연.

1인9역을 소화해내는 여배우의 연기 변신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금 토 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수 휴관).

문의 3673-2961.

"돼지와 오토바이"에 이어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 "불좀 꺼주세요" "아름다운 거리" 등 두사람의
대표작과 신작 1편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한편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7월중 국립극장 소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