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시대 개막을 알리는 "문화비전 2000"이라는 세종로 전광판의
점등식과 함께 문화의 세기로 불려질 21세기가 한발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우리의 도시가
얼마만큼 문화와 더불어 이루어나가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그리고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하나의
커다란 개방공간이다.

이러한 도시안에서 시민들의 생명력과 에너지는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구에서는 일찍이 지중해 연안에서 발달한 도시문명과 함께 공공
옥외예술의 제도화가 이뤄졌다.

그리스문화 로마문화 르네상스문화로 이어지는 동안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19세기 현대건축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공공 작품들이 탄생되었다.

1919년 바우하우스 설립 당시 서문을 보면 "모든 시각 예술의 최종목표는
완전한 건축이다.

우리는 다 같이 건축과 조각,회화가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융화되는
건축을 원하고 생각하고 만들자"라고 선언하면서 도시라 불리는 커다란
경관속에서 조각과 회화가 완전하게 결합됐을 때 완숙된 미래의 건축이
된다고 하였다.

이런 미술품들은 박물관이라는 제한된 곳에서 벗어나 공공장소에서
건축물과 결합돼 시각 예술품으로서 재탄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작가뿐만 아니라 외국작가의 작품이 건축물과 좋은
조화를 이루어 낸 예가 많이 있다.

외국작가의 경우 여의도 일신방직 사옥앞 스타치올리의 조형물, 분당
서현역 삼성백화점내부 천장에 설치 예정인 라파엘 소토의 모빌이 있다.

반대로 국내 작가의 작품이 외국 공공건물에 설치된 예도 많다.

지난 5월9일 제막된 이탈리아 로마 플라미니오 지하철벽화를 제작한
이두식의 "잔칫 날".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이자경의 듀오시 행정부 건물내부의 부조 작품.

노은스님이 독일 함부르크의 1백25년 된 요한교회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전통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디자인과 기법이라고 호평을
받고 있으며, 쾰른 광장 앞에 설치될 최기석씨의 조형물, 박모의 뉴욕
초등학교 벽화, 강익중의 뉴욕 지하철 역사작품, 장선영의 싱가포르 선택시
국제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회화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외국 정부부처,
공공기관, 단체의 공모에서 경쟁을 뚫고 선택되었다는 것은 매우 괄목할
만한 성과이며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예술적 성과를 드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각 나라 건축물의 장소적 특수성에 기초하여 그 지역
대중이 이해할수 있는 우리작가의 환경 조형물이 설치된 바람직한
예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환경조형물 프로젝트가 공공기관,
단체 등의 공모를 통하여 바람직한 미래 도시예술의 모델이 제시될 때
더욱 아름답고 참신한 도시 시각환경이 창출될 것이다.

21세기에는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예술과 도시가 하나로
어우러져 첨단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