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여성 헤어스타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헤어핀.

우아하게 꾸민 30대 미시부터 신촌이나 이화여대앞의 10대 소녀의 머리에
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헤어핀이다.

이번 시즌 머리핀의 특징은 실용성과 무관하다는 것.

핀을 꽂는 헤어스타일이 짧은 커트, 위로 올려 단정하게 처리한 업스타일
그리고 앞머리를 자른 단발 등으로 흘러내리는 머리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
시킨다는 핀 고유의 기능과는 거리가 먼 형태가 대부분이다.

핀 스타일은 연령과 머리모양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10대들은 단발 또는 커트머리에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의 플라스틱이나
섬유소재 핀을 꽂고, 20~30대 미시들은 큐빅이 빽빽이 박힌 일명 "보석핀"을
꽂는다.

단발 앞머리에 컬러핀을 꽂은 모양은 10여장씩 모아 빨간 색실로 묶은
깻잎단을 연상시킨다해서 이런 헤어스타일의 10대를 일컫는 "깻잎족"이라는
조어까지 생겼다.

20~30대 미시층에 화려한 머리핀 스타일을 유행시킨 대표적인 인물은
탤런트 이응경.

SBS주말극 "꿈의 궁전"에서 공주병 증세가 있는 멋쟁이 레스토랑 주인으로
나오는 그는 화려한 의상에 맞는 귀부인풍 액세서리로 눈길을 끌었다.

그가 선보인 스타일은 2개를 나란히 꽂은 완만한 S자 모양의 보석핀.

우아한 업스타일 머리 앞부분에 꽂아 장식성을 최대한 살렸다.

이후로 각 백화점 액세서리 코너나 보석체인점 등에는 "이응경식 보석핀
있음"이라는 문구가 내걸리고 거리의 멋쟁이 여성들은 보석핀 1~2개씩을
꽂게 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응경이 꽂았던 핀은 6만~7만원짜리 이미테이션
핀이지만 보석상에서는 진짜 보석이나 준보석으로 30만~40만원하는 고가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마찬가지로 "꿈의 궁전"에 나오는 전소희는 목덜미길이 생머리의 앞에
섬유소재 컬러핀을 꽂아 천진난만한 느낌을 부각시켰다.

SBS 미니시리즈 "모델"에 나오는 김남주도 핀 애호가의 한 사람.

그는 동그스름한 단발머리의 앞에 일자형 보석핀을 꽂아 귀부인형과 10대풍
2가지의 중간형태를 보여준다.

쁘렝땅백화점의 서영주씨는 "최근 머리핀이 인기를 끌면서 액세서리 매장
에서 핀 코너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물론 제품도 눈에 띄게 고가화됐다"고
전한다.

플라스틱 제품도 5~30개의 큐빅을 박아 평균 가격이 1만~8만원에 이른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