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메카 뉴욕무대에서 새로운 감각의 설치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박화영씨(29)가 3~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720-5114)
에서 국내전을 열고 있다.

"먼지의 두께"를 부제로 내건 이번 개인전에 박씨가 내놓은 것은
가냘프고 보잘것 없는 존재들이 지닌 강인한 생명력을 형상화한 다양한
스타일의 설치 작품.

여러가지 오브제와 사진 드로잉 레이저 16mm 영사기등을 이용, 독특한
작업을 펼쳐보이고 있는 그는 "개체의 하나하나는 비록 여리고 하찮은
것이지만 이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진리를
설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뉴욕 프렛 인스티튜트대학원에서
신조형 (New Form)을 전공하고 다시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이번 전시회에서 시도한 16mm 필름에 작은 깃털을 붙여 스크린에 투사한
설치작업 "비상"은 영화의 애니메이션기법을 도입, 폭넓은 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씨가 연약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를 상징하기 위해 모티브로 등장시킨
오브제는 깃털 외에도 먼지,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닦아 데드마스크처럼
찍어낸 티슈, 유리끼리 부딪칠 때 나는 섬세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다.

특히 먼지가 쌓인 액자의 유리면을 사람형상으로 닦아낸 "당신의 부재"는
시간성과 생명의 존재성을 동시에 부각시킨 작품이다.

박씨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인큐베이터" "펄스룸" "플러시오페라"
라는 주제로 세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95년 9월부터 1년간 뉴욕현대
미술연구소 주관, 문예진흥원이 후원한 "PS1 국제스튜디오프로그램"의
한국대표로 선정된바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