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웃다보니 마음 한구석이 찡해온다.

저렇게도 안풀리는 인생이라니....

그래도 그의 삶은 비참하기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왜일까.

무대위에 한 모창가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평생 조용필이란 이름에 점하나 붙인 조용팔로 대리인생을 산다.

그래도 가수였다.

하나밖에 없는 딸 미자 (이미자처럼 슈퍼스타가 되라고 지은 이름)의
심장병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후두암에 걸린 재벌총수에게 목청을
팔 때까진.

"새들은 아름답게 노래하고 나는 슬프게 노래하네... 그동안 아름다운
노래를 많이 불렀으니 이제는 내가 노래를 듣겠네"

목청을 팔기전 그는 "슬픈 조용팔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배우 이인철의 연기는 눈물과 웃음올 하나로 녹여내기에 충분하다.

극단 봉원패의 "슬픈 조용팔의 마지막 노래" (박구홍 작 김태수 연출)는
그의 첫 모노드라마.

연기생활 24년에 화려한 수상 경력 (서울연극제 연기상, 동아연기상,
백상예술대상 등), 이미 정평이 나있는 연기력이지만 그의 끼는
모노드라마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색스폰 연주에 대해 관객들이 "흉내 아니야?"라며 의심하자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엉뚱한 음을 내고 가끔 야한 이야기도 섞어 즉석대사를
만들어내는 등 순발력이 돋보인다.

이 극은 모노드라마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극이 시작되기 전 작품의 모티브를 제공한 모창가수 주용필이 나와 미니
콘서트를 갖고 구성상 필요한 조용필 콘서트 실황장면이 15개의 모니터를
통해 무대배경으로 등장한다.

나레이터 (극중 조용팔처럼 봉원동에 사는 작곡가 아가씨로 설정)역을
맡은 한유진이 무대 한쪽에서 반주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29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

화 수 오후 7시30분, 목~일 공휴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월 휴관).

문의 763-8969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