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향기(?)를 사랑해요"

투박한 검은 고무장화, 헐렁한 통바지 차림에 화장기 없는 까무잡잡한
얼굴.

KBS1TV 일일연속극 "정 때문에"에서 젓갈가게 주인 홍금표로 변한
탤런트 윤미라의 모습은 영락없는 "또순이" 아줌마다.

"처음 대본을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기다린 배역이었으니까요.

이제까지 "첫사랑"의 효경엄마같은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정말 하고
싶던 건 가난에 찌는 토속적인 여인역이었어요"

윤미라는 회를 거듭할수록 탄력이 더해지는 구수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5년 남짓 TV연기를 해오면서 지금처럼 신나게 일한 적은 없어요.

배우가 마음에 쏙 드는 역을 맡는다는 건 행운입니다"

방송계에서 윤미라는 인기드라마의 보증수표로 불린다.

94년 "서울의 달"부터 "바람은 불어도" "첫사랑" "짝" "정때문에"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마다 인기를 끌었기 때문.

"글쎄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높더라구요. 뭐, 운이
좋아서겠죠"

활짝 웃으며 겸손하게 대답하지만 윤미라는 까다롭고 신중하게 작품을
선정하는 걸로 소문나 있다.

배우는 배역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는 게 다양한 변신을 통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녀의 지론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