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수도 서울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서깊은 6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 그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내일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으로서 현대조형물을
찾아보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공간 속의 조형물"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볼 필요성이 있다.

우선 현대 조형물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살펴보면
조형물은 랜드마크적인 효과로서, 도심의 생활 문화공간에 개성을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거리의 예술화"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

조형물은 주변의 환경여건, 경관시스템들을 세밀하게 분석해 도시공간과
조화가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건축물을 장식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주변의 공간과 잘 조화를
이룰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설치되도록 해야겠다.

예를들면 분수조각, 선큰가든 조각, 휴식공간으로서의 조각정원 등과
같이 기능성이 첨가된 조형물들이 그것이다.

이는 기존의 장식적인 면만을 강조한 작품들과는 달리 주변공간 전체가
예술품으로 인식되고 건물의 로비에도 그 건물의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는
벽화나 부조 등을 설치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러한 조형물에 또 "빛"의 기능을 도입하면 낮과 밤의 이미지를
효과있게 표현할 수 있으며 도시의 이미지에 문화적 격을 높여주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은 랜드마크적인 조형물은 지역 사회의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장소적 특수성을 전달하고 이를 감상하는 대중에게는 아름다움과 휴식을
제공, 회색빛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속에서 인간성 회복과
감성의 순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현대미술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수있는 기회를 주어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주변공간과 조경, 사인, 스트리트퍼니처 등까지 함께 한덩어리로
조화되는 총체적인 환경예술품이 만들어질때 비로소 영구히 보존되어
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 지금까지는 주로 작가 위주의 작품이 설치된 형태에서
탈피, "프로젝트화"되는 작품이 설치되도록 해야한다.

또 건축주가 마지 못해하던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에 문화적으로
환원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할 때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예술품 설치 과정을 "프로젝트화"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시각으로 전달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선택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오는 7월 완공 예정인 신사옥 예술품 공개 공모에서
사전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작품을 선정,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0년대 완공을 목표로 테헤란로에 신축중인 기업의 사옥들도
기업의 특성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예술품을 설치하고자 건축초기 단계부터
전문성을 갖춘 기획력으로 타 건물과의 차별성을 시도하고 있다.

21세기를 열어갈 우리의 서울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도시공간이 되어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조형물이 탄생되도록 건축주 작가 건축설계사 뿐만
이니라 이와 관련되는 일에 종사하는 모두가 사명감과 역사적 인식을 갖고
"미술의 대중화", "대중 속의 현대미술"이 뿌리가 내릴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이럴 때 진정한 의미의 도시공간속의 조형물이 제대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 겔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