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의 특별기획 드라마 "산" (월.화 오후 9시55분, 원작 박인식 극본
박구홍 연출 정운현)은 분위기면에서 다른 미니시리즈와 사뭇 다르다.

호화스런 장면을 드러낸다거나 불륜을 애기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다.

스토리 전개가 뻔한 것도 아니다.

산의 웅장함과 장엄함만 자주 내비칠뿐 아기자기한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드라마가 "별은 내가슴에"의 후속 프로그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전문산악인 박인식씨의 원작을 토대로 2대에 걸친 산악인집안의
가족사를 그린 "산"은 진취적인 기상과 호연지기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남성드라마다.

주인공 최성현 (감우성)의 기억을 좇아 아버지 (박찬환), 삼촌
(김상중)과 자신이 산과 연결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에베레스트 마나슬루를 정복하기위해 악전고투하다 실종된 아버지,
그를 찾으려 마나슬루를 헤메는 삼촌의 정열은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산에
이끌리게한다.

아버지를 산에 빼앗긴 어머니 (김미숙)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산이 있는 것처럼 산은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산은 내게 다가왔고 나는 산에게 끌려 갔다"고 말하면서 산을 찾는다.

앞으로는 주인공이 산에 오르면서 겪는 갖가지 체험들이 얘기된다.

이드라마는 결국 산을 빗대 인간과 운명, 인간과 신의 존재를 다루려
한다.

정운현PD는 "산의 거역할 수없는 절대성과 함께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
의식을 그릴 것"이라고 밝힌다.

주인공의 마음속에 묻힌 "산"은 두려우면서도 끊임없이 도전의욕을
불태우게하는 마치 운명과 같은 존재다.

이속에서 등산에 성공했다는 결과보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참다운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으면서 산을 오르는 모습을 화면에 자주 담는 것도
이때문이다.

또 "산"은 "최초의 산악드라마"답게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도봉산 등
국내의 명산뿐 아니라 히말라야 알프스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산들의
영상을 담아 신선한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제작진과 출연자 전원이 실제로 산악등반훈련까지 하면서 작품제작에
임한 것도 높이 살만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