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는 4번의 정보혁명이 있었다.

언어 문자 금속활자 컴퓨터의 발명이 바로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정보관련학자들은 그중 금속활자의 발명이 인류문화상 가장 획기적
사건이라는데 동의한다.

금속활자를 이용한 책의 대량보급으로 인류문명이 급속도로 확대,
발전됐기 때문이다.

"출판과 인쇄는 인류가 이룩한 정신문화의 정수입니다. 청주에서
"직지"를 찍어낸 것이 1377년 이전으로 서양이나 중국보다 무려 1백년이상
앞섭니다. 청주는 그런 의미에서 중세 세계 정신문명의 중심이었다 할
것입니다"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불조직지심체요절"이 발견된 청주가
세계 인쇄문화의 발상지에서 21세기 세계인쇄문화 메카로의 발돋움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청주 인쇄출판축제 (10월중)는 교과서특별전 및
고인쇄과정, 전통한지 제조과정을 시연하며,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한국인쇄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

특히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5개국의 저명한 인쇄학자들을
초청, "동서양의 인쇄문화-금속활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를 위해 청주고인쇄 박물관은 세계 각국 출판 관계자들을 초대한다.

박물관이 이렇게 축제를 국제적 행사로 꾸미는 것은 현존 세계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유네스코 선정 "세계의 문화유산"에 포함시키기
위한 전초작업.

최진섭 청주고인쇄박물관장은 "96년부터 유네스코에서 "메모리 오브
월드"라는 프로젝트로 우수 기록문화유산을 등록하고 있다"며 ""직지"는
당연히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미국 5개도시에서 "고인쇄문화 세계순회전"을 가진데
이어 올해에도 유럽 등에서 순회전을 가질 예정이며 6월부터는 국내
홍보에도 적극 나선다.

이런 다양한 노력의 결과로 올해 축제 관람객수는 지난해 1만5천명
(외국인 2백명)의 2배인 3만명 (외국인 1천명)에 이를 것으로 박물관측은
내다보고 있다.

청주시는 인쇄출판축제를 국제행사로 키우는 동시에 시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간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시청은 현재 국보로 지정돼있는 용두사지 철당간에 시민광장을 조성,
매년 당간음악제를 개최하는 등 시민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상당산성에서는 매해 4월 "시민의 날" 행사의 하나로 시민들이 자신의
바램을 빌면서 성을 도는 "성돌이" 행사가 열린다.

시는 이와함께 <>신채호문화예술제전 (6월) <>대청호환경미술전 (9~10월)
<>전국서예휘호대회 (10월) <>청주시탈환행사 (9월) 등 청주의 지방색을
확연히 드러내는 축제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당국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청주의 문화단체들로부터는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 민예총의 한 관계자는 "현재 청주시엔 51개의 자생 문화예술단체가
있고 수천명의 종사자가 있지만 시립단체외엔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태"라며 "지방문화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현수 청주시장은 "시민들에게 향토문화의 전승발전을 5대
시정과제중 하나로 약속했다"며 "선조들이 이룩한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단체에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청주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