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의 멋과 정취가 깃든 부채.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아름다운 자태을
뽐냈던 전통부채와 부채그림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풍류와 예술이
있는 선면전"이 29일~6월1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림화랑 (733-378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조선시대 중엽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유명 서화가들이 그린 부채그림 64점과 공예적 가치가 뛰어난 전통부채
26점 등 모두 90점.

산수나 화조 사군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채그림들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를 비롯 3대에 걸쳐 화업을 이은 윤두서 윤덕희 윤용, 이하곤 김진규
류덕장 안중식 이상범 변관식 김은호 박승무 노수현 허백련 허건 박생광
이응로 등 대가들이 그린것.

또 추사 김정희를 필두로 조희룡 김이교 정대유 유한익 민태호 오세창
김태석 손재성 등 대표적인 서예가들의 다양한 서체가 담긴 부채들도
포함돼 있다.

출품작 가운데 최고가 (5천만원)인 겸재의 "해산무사도" 그림부채는
"바다와 산에서의 한가로움을 거문고위에 옮긴다"는 제시와 함께 벼랑위
돌출된 바위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는 고사의 모습이
음양필법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

이어 추사의 행서 "도사무백발"이 2천6백만원에 출품됐고, 찬조출품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70만~수백만원대에 판매된다.

전통부채들은 살의 모양과 손잡이장식 기법등에 있어 독특하고 창의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예술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길이 1백13.5cm 짜리 화조도대파초선을 비롯 혼례용부채인 단학수혼선,
대나무를 엮어 만든 죽석파초선과 대죽석파초선, 깃털로 만든 우선,
흑견원선, 까치태극선 등이 선보인다.

부채는 땀을 식혀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모양새와 선면에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면서 삶의 멋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생활용품.

따라서 초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절을 전후해 선비들이 친지들에게
절후인사를 겸해 부채에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써 선물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