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의 명인 이생강(60).

박종기 한주환으로 내려오는 대금산조의 양대 유파인 "소리 더늠"의
맥을 이어왔으며 독창적인 "이생강류"를 창조, 대금산조의 미학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종기류" "한주환류"의 대금산조뿐 아니라 "전추산류" 단소산조까지
재현한 산조음악의 달인으로 피리 단소 소금 퉁소 호적 등 모든 관악기에
통달한 "타고난 잽이".

험난한 음악 역정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풍부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산조외에 무용음악 민요가락, 대중가요의 가락을 대금곡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등 열린 음악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아
"인간문화재"가 된 그의 소리인생 50년을 결집한 음반 "대금산조"와
"살풀이"가 삼성뮤직의 악레이블로 나왔다.

"대금산조"에서 이생강은 73분여의 산조를 들려준다.

산조는 19세기말 전라도지방의 무속음악인 시나위에 판소리의 영향이
더해져 이뤄진 기악독주곡으로 20~30분 정도의 길이를 가진 것이 보통.

이생강은 박종기와 한주환 등 선배 명인들의 가락을 받아들이고 전체의
틀을 중시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가락을 다양하게 구사, 유례없이 풍부하고
규모가 큰 산조를 만들어냈다.

"전통에서 현대로 이르는 산조역사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제시한다"는
평가.

장단의 배열은 산조의 일반적인 형식대로 템포가 가장 느린 진양에서
시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점 빠르게 나아간다.

기존의 대금산조처럼 자진모리로 끝나지 않고 엇모리와 동살풀이
휘모리장단을 추가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생강이 50년의 음악활동을 통해 터득하고 창조한 풍부한 가락이
높이를 바꾸며 길을 달리하고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처절하게 흘러나온다.

"살풀이"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춤인 살풀이의 반주음악 10곡이
실려 있다.

풍물위주의 태평소시나위, 대금 피리 아쟁등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는
살풀이, 살풀이에 구음이 첨가되는 구음살풀이 등 세가지 유형의 무용
음악이 수록됐다.

이생강이 대금 태평소 피리를 불고 장덕화 (장구) 전정민 (구음)
김무길 (거문고) 윤윤석 (꽹과리) 등이 참여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