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세계 최대 홍차 생산업자인 브리즈 모한 카이탄이 유니온
카바이드사의 인도 현지공장을 9천6백만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M&A (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사업다각화나 부동산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

단지 3백마리에 달하는 말을 관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아들
디팍에게 일다운 일거리를 주기 위해서였다"

인도의 유명 언론인 지타 파라말이 펴낸 "비즈니스 군주들 (원제
Business Maharajas)"은 인도 재계를 움직이는 가벌 (family business,
가벌)과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 자신이 인도 굴지의 가벌출신 저널리스트이며 그녀의 남편 또한
아시아최대 가방업체 사장이어서 이책은 인도 재계의 인맥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저자는 2백50대 인도 민간기업중 70%이상을 가벌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유권은 자식들에게 물려지며, 소유과 경영이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은
인도기업들은 대대로 가벌이 경영일선에 나선다.

이 책에는 디루바이 암바니, 라울 발라지, 고 아디탸벌라, RP고엔카,
라탄 타타 등 한국의 정주영 이건희 회장에 비견될 인물들이 총망라돼
있다.

저자가 언급한 인물중 가장 주목을 끄는 사람은 RPG사의 고엔카(67)
회장.

그는 고리대금업을 주로 했던 상업카스트 가문에서 태어나 기업을
경영하게 된 가벌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고엔카 회장은 "내 눈앞에서 고기를 구울순 없다"는 이유로 쉐라톤
호텔과의 합작을 거부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 책은 10억 인구의 절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인도의 현실을
외면하고 경영자 세상만을 그려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