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미 넘치는 아름다운 선율의 80곡을 모아 음반을 만들려고 한다.

어떤 악기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좋을까.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아니면 플루트?

샨도스 레이블로 최근 출시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신나라
레코드)는 생소한 관악기인 코넷이 그동안 멜로디를 독점해온 단골 악기들
이상으로 독특하고 깊은 음색을 지닌 독주 악기임을 보여준다.

5종의 CD로 이뤄진 이 시리즈 음반에는 세계적인 코넷주자인 영국의
필립 매켄이 연주하는 79곡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담겨 있다.

코넷은 트럼펫과 비슷한 모양과 음폭을 가진 관악기.

비교적 연주하기 쉬워 취주악대에서 트럼펫 대용으로 널리 쓰인다.

트럼펫이 화려하고 윤기 흐르는 음색을 지녔다면 코넷은 담백하고 은은한
소리를 낸다.

필립 매켄은 깊고 따뜻한 코넷의 매력적인 음빛으로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아담스의 "거룩한 성", 포레의 "파반느",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위에",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드보르작의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 등 친숙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특히 오페라 "투란토트중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 "라보엠중 그대의
찬손", "삼손과 데릴라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등 아리아를 그만의
독특한 진폭의 비브라토를 풍부하게 살려 노래부르듯 연주한다.

모음집이지만 기존의 명곡레코딩을 짜맞춘 편집음반은 아니다.

매켄이 부르는 코넷의 노래"를 위해 "블랙 다이크 밀즈 밴드" "성마틴
아카데미 합주단" 등 세계 정상급 앙상블이 참여하고 세계적인 하피스트
스카일라 칸가가 가세한다.

말콤 힉스, 사이몬 린들리, 이안 로버트슨의 오르간이 코넷의 울림을
감싸는가 하면 소년합창단의 깨끗한 음성이 덧입혀져 자연스럽고 순수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