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거리고 얇은 천, 꽃무늬 가득한 레이스, 가슴을 타이트하게 조인 상의,
끈으로 처리된 어깨, 방심한 듯 살짝 보이는 속옷...

속옷과 구분하기 어려운 겉옷 "란제리 룩(Lingerie Look)"이 올 여름 패션
리더들의 주제어로 떠올랐다.

란제리 룩이란 여성 속옷의 여러가지 아이템에서 힌트를 얻어 디자인한 옷.

브래지어의 굴곡, 슬립(속치마)의 끝단 레이스, 코르셋의 탄탄하게 조이는
선이 가장 애용되는 요소다.

한걸음 더 나아가 브래지어를 유색으로 만들어 아예 겉옷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란제리 룩을 부각시킨 가장 큰 요인은 올봄 세계패션의 주류로 떠오른
로맨티시즘.

꽃무늬 레이스 러플 등 로맨티시즘 요소에 여성들의 대담한 노출욕구가
작용해 탄생한 것이 란제리 룩이다.

물론 속옷을 연상시키는 옷은 최근에 탄생한 경향은 아니다.

슬립처럼 얇고 매끈한 소재로 만든 원피스나 드레스는 20세기초부터
야회복 드레스에 사용된 요소.

그러나 최근 부각되는 란제리 룩은 대담하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속옷풍 옷과 차별화된다.

이런 경향을 가장 먼저 드러낸 곳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

비치는 소재로 만든 드레스의 네크라인 위로 브래지어를 2~3cm 노출시켜
연출하거나 브래지어와 똑같은 소재 레이스로 만든 뷔스티에(Bustier. 가슴
부분에 브래지어처럼 컵이 있는 톱)는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올봄
최고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곧이어 "베르사체"도 란제리 룩을 도입, 빨강 파란색의 강렬한 슬립원피스
(어깨를 슬립처럼 얇은 끈으로 처리한 원피스)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좀더 보수적인 국내 브랜드들은 공단으로 만든 깔끔한 뷔스티에와 레이스
스커트를 매치시키거나 레이스로 만든 슬립원피스로 란제리 룩을 표현하고
있다.

(주)진도 마케팅팀의 김성정씨는 가장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란제리
룩 품목으로 슬립원피스와 캐미솔(가는 끈으로 연결된 속옷모양 톱)을
꼽는다.

슬립드레스는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골라야 깔끔하고도 섹시한 느낌을 주며
칠부소매 카디건이나 부드러운 재킷을 걸치면 외출복으로도 무난하게 활용할
수 있다.

캐미솔 또한 재킷이나 카디건의 이너웨어로 적합하다.

란제리 룩에는 끈으로 연결된 샌들 슬리퍼구두 망사백 등 가벼운 느낌의
소품이 어울린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