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공업진흥청장, 과학기술처.건설부장관을 지낸 최종완(70)
(주)인터세크 회장이 "알기 쉬운 표준화이야기"(한국표준협회, 9천6백원)를
냈다.

이 책은 전문가나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표준화 교과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표준관련 사항을 일반독자가 알기 쉽게 사례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표준협회가 간행하는 "표준화"지에 4년동안 기고한 글을 모아 교양강좌를
진행하듯 다시 풀어썼다.

최회장은 "표준이란 규격화되고 엄격한 틀에 얽매이는 어떤 것"이라는
일반적 사고를 좁은 의미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을 "편하고, 안전하며, 합리적으로 살기 위한 사람들간의
약속"으로 넓게 해석했다.

"볼트나 너트같은 작업공구의 치수를 엄밀히 정해 놓은 것이 표준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빨간 신호등이면 정지하고, 파란 신호등이면 길을 건너는 교통신호체계도
일종의 표준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는 표준화의 대상이 과학이나 기술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생활과 관련된 여러 관계도 엄연히 표준화의 대상이라고 한다.

회사의 사규, 업무분담, 전결규정등이 그가 꼽은 대표적인 예.

최회장은 최근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일련의 어려움이 "표준화의 미비"
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모두가 고비용 저효율을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나는 생산현장에서 나사 조이는 방법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편리성 안정성 합리성등으로 정의된 표준화가 생산현장뿐 아니라
정치 경영등 국가 전반에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보사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정치구조나 기업의 주요의사 결정과정이
표준화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과 욕심에 치우쳐 있는 것이지요.

정치나 경영에서 표준화는 기술영역과 달리 수치화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긍정할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토의하는 문화
정립이 시급합니다"

그는 또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려면 우리 고유상품에도 표준을 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복 한옥의 문짝이나 방구들같은 고유문화상품에는 아직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구에서 유입된 양복이나 운동화 TV등의 공업제품처럼 고유상품에도
표준을 설정한후 생산해야 세계시장에서 승부할수 있습니다"

그는 서울대공대교수, 서울시부시장, (주)효성중공업회장,
한국표준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청조근정훈장 은탑산업훈장등을 받았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