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미술품이 걸려 있는 호텔을 방문하면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격조있고 세련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 달에 미국 미술전문지인 아트뉴스는 미국내 컬렉터 화랑대표
예술가 큐레이터 등 수백명에게 자문을 구해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세계의 1백대 호텔을 선정했다.

이중 서울의 신라호텔이 뽑혔다.

이는 신라호텔이 미술품을 적절한 장소에 잘 설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명한 작가의 걸작이라도 때와 장소가 맞지 않으면 훌륭하게 보이지
않는다.

계절감각 또는 주변의 인테리어 환경에 따라 알맞은 작품을 걸어
놓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1년 열두달 똑같은 장소에 걸려 있으면
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

신라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가끔씩 새로운 작품이 설치되어 호텔
전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신라호텔은 얼마전 여름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는 미국 작가인
데이비드 차우 (David Chow)의 작품을 프론트데스크와 로비에 걸었다.

이 호텔에는 한때 소토의 명랑하면서도 장소를 압도하는 강렬한 색채에
대작이 걸려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최근에 1층과 지하층 계단에 설치된 에릭오르의 물이 흐르는 조각작품은
삭막하던 주위 공간을 유유히 흐르는 물로 부드럽고 시원하게 변화시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호텔들은 한번 걸어놓은 작품을 수년간 같은
장소에 걸어놓아 아무런 감흥도 주지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늘 같은 곳에 걸어두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미술애호가들은 어느 장소에 가건 그곳에 무슨 작품이 걸려 있는가를
눈여겨 본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중에 좋은 작품이 걸려 있는 곳을 방문하도록
권하기도 한다.

남산의 하얏트호텔도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미술품들을 많이
걸어놓고 있어 미술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중 하나이다.

특히 프랑스 식당의 브라크 벽화와 알레친스키의 소품들은 실내
인테리어와 잘 어울려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프론트 데스크 뒤쪽에 걸려 있는 리처드 세라 (Rechard Serra)의 흑백
판화작품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선사한다.

서울 힐튼호텔과 경주 힐튼호텔도 훌률한 미술품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서울 힐튼호텔 로비에 있는 헨리무어의 누워있는 여인상은 사방에서
보도록 설치되어 있는데 주변 공간과 잘 어울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경주 힐튼호텔은 바로 옆에 선재미술관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1994년 강남에 문을 연 리츠칼튼호텔도 개관 당시 로비공간에 솔루잇의
벽화작업과 프론트 데스크의 뒷벽에 걸려있는 최인수의 작품등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들을 설치하여 주목을 끌었다.

서울의 조선호텔 역시 곳곳에 훌륭한 작품들을 걸어 놓고 있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중간에 걸린 오수환의 작품, 2층의 헬스장
입구에 걸린 서세옥의 작품 등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맞아
준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