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경영을 배운다"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한언 간 9천8백원)를 낸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교에서 인간중심의 동양적 경영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불교와 현장경영기법을 접목시킨 국내 최초의 책.

대장경 화엄경 법구경 유마경 등 각종 불교경전에 수록된 석가모니의
말씀과 여러 일화에서 현대경영의 "이념형(ideal type)"을 찾고 있다.

"서구에서 발전된 자본주의는 기독교문화와 청교도윤리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 토양에서는 제대로 배양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모델을 찾다보니 우리 문화 깊숙이 녹아있는 불교에
눈을 돌리게 됐지요".

유교수에 따르면 불교와 현대경영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실천".

2천5백여년전 인도에서 "자비"를 강조한 수많은 부처중 유독 붓다만이
오늘날까지 숭앙받는 것은 붓다만이 말한 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교가 아는 것보다 얼마나 실천하느냐를 더 중시하는 종교이듯 경영도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보다 한가지 전략이라도 잘 실행하는데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그는 석가가 제자와 중생을 계도한 방법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인간존중
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석가의 강의는 철저히 "고객지향적"이었다.

중생의 8만4천 번뇌에 맞춰 8만4천가지 방법으로 설법을 베풀었으며
소크라테스처럼 주로 대화법을 이용, 제자들을 가르쳤다.

"석가가 진리를 배우러온 중생 각각에게 맞는 말씀을 남겼듯이 기업도
고객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또 사원들이 격의없는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열린 회사를 만들어야
창의력과 주인의식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유교수는 석가의 저축론에서 한국경제의 위기탈출 방법을 모색했다.

석가는 수입을 4등분해 1/4은 쓰고, 2/4는 농경이나 사업 등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1/4은 어려운 때에 대비해 저축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유교수는 "한보처럼 도산한 기업이나 부도위기에 몰려 있는 상당수의
기업이 저축을 게을리하고 남의 돈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만 주력했다"며
"저축과 재투자에 힘쓰는 것이 한국경제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숫타니파타를 인용,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줬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유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대마케팅론"
"가격정책론" "시장전략과 경쟁우위" 등 모두 9권의 저서를 냈다.

올해안에 한국의 유망중소기업의 사례를 분석한 "작지만 큰 기업들"(가제)
을 낼 예정이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