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는 50회가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어느 해보다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행사기간인 7~18일의 예정 방문객수는 약 50만명.

사무국에 등록된 기자 수만 4천명에 달한다.

7일 오후 개막식에 참석하려던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문화장관은
유세중이던 3일 피습당해 불참했으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11일 저녁
열릴 "황금종려상" 시상식에 참석, 심사위원단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는 "한국 영화계를 옮겨 놓은 듯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많은 우리나라 영화관계자들이 참석, 최근 국내에서 부는
영상사업 열기를 전하고 있다.

독립부스를 차린 영화진흥공사 드림써치 삼성영상사업단중 드림써치는
미국측 파트너 인터라이트 픽처스와 함께 "패트리어트" (주연 스티븐 시걸)
"제이슨 리"의 프리세일에 나섰다.

드림써치의 현충열 마케팅팀장은 "제이슨 리"의 경우 이색적인 소재와
호화배역 및 감독 (고석만.마이클 치미노) 탓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얘기했다.

별도부스를 마련한 3곳 외에도 대우시네마 SKC 화천영화공사 하명중영화사
올댓시네마 백두대간 등 영화사와 기획사 관계자 및 강제규 (감독) 김대현
(평론가)씨 등 많은 국내 영화계 인사들이 행사장을 오갔다.

올해 공식부문 참가작을 보면 집행위원회가 어느때보다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96년 영화제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이클 리 등 거장들의
잔치였다면 올해에는 거장과 신예, 서구와 동구 아시아 등 여러 지역
감독의 작품을 안배했다.

마르코 벨로치오 (홈부르그의 법칙) 프란체스코 로지 (휴전) 등 60대를
넘긴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집트영화의 산 증인인
유셉 샤힌 (운명) 아프리카의 유망신예 이드리사 우에드리고 (키니&아담스)
등도 포함됐다.

이 영화제에 대한 언론의 반응 또한 갖가지.

"버라이어티"지는 "칸은 정치적 예술적 논쟁거리를 양산하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다.

또 헐리우드에 대항하는 기타 세계영화의 기수다"라고 추켜 세웠지만
"프리미어"와 "스튜디오"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칸영화제는 이제 부르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 스파이스 걸즈 등 헐리우드
스타가 고급레스토랑과 호텔을 채우는 "제2의 비버리 힐즈"가 됐다는 것.

그러나 미국 영화계는 이번 칸영화제에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출품하지
않았다 (올해 칸 영화제 공식부문에 5대 메이저사 작품은 없다).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줘도 달러박스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비밀과 거짓말"은 한해동안 전세계에서
3천만달러의 판권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점을 통감한 듯 칸영화제의 피에르 바오 집행위원장은 "칸의 최대
과제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조화다"라고 고백했다.

< 칸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