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의 "독"을 "Tong"으로 적느냐, "Dog"으로 쓸 것이냐.

문화체육부 주최로 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개정공청회"에서는 국어의 로마자표기를 발음위주로 할
것인가, 철자대로 할 것이냐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국어의 알파벳 표기는 발음 위주로 해왔으나 개정시안은
철자 위주로 바뀌어 있다.

이에 대해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은 발제문을 통해 "국어의
특성상 어떻게 적어도 외국인이 국어 그대로 발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어발음을 나타내는데 한계가 있다면 차라리 철자를 정확히
복원할수 있도록 하는게 마땅하다"며 "소리나는대로"가 아닌 "한글
글자대로" 적자고 주장했다.

개정시안에 따르면 "Songnisan" "Shilla"로 표기된 "속리산" "신라"는
"Soglisan" "Sinla"로 바뀌어야 한다.

이현복 서울대 교수는 "우리말의 특성상 ㅂ.ㅍ.ㅃ 등을 외국인이
구별할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언어의 사대성을 배격하고
우리말의 철자를 정확히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 개정시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범모 고려대교수는 이번 시안은 <>음절 구분이 불명확하고
<>정확한 발음을 위한 특수기호의 배제 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기심 연세대교수 또한 "시안대로 한다면 "값과"가 "gabsgwa"로
표기되는데 이를 발음해보면 "가브스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번 개정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현재
사용하는 것을 관용화해 내외국인 모두 사용하기 편하도록 하는게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주장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