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월이 되면 춘천은 "인형의 도시"가 된다.

각국의 인형극단들이 시내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고 도시전체는
축제분위기로 들썩인다.

명동거리 상점 쇼윈도에는 인형들이 전시돼 시민과 관광객을 반긴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

매년 5월의 춘천국제마임축제와 함께 춘천을 문화예술의 도시로 가꾼
대표적 행사다.

"호반의 도시에서 인형.만화의 도시로" 춘천의 미래 청사진이다.

인형극.마임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연계해 첨단멀티미디어산업의 꽃이라
할수 있는 애니메이션분야를 특화 육성한다는 것.

춘천은 지난해 문화체육부로부터 "만화도시"로 지정돼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구 23만명의 춘천은 전체땅의 90%가 상수원보호, 군사보호 등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지역경제 기반이 미약하다.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은 자연 "굴뚝없는" 청정산업쪽으로 모아졌다.

이에 따라 춘천시는 2002년까지 총3조5천억원을 들여 도시전체를 첨단
정보산업단지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멀티미디어 밸리" 조성사업.

시는 올해 컴퓨터그래픽실, 특수효과실 등을 갖춘 특수영상스튜디오를
후평동에 세운다.

내년까지 멀티미디어 기술지원센터를 건립, 애니메이션과 게임소프트웨어
업체 40~50개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임대료를 낮게 책정해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

서면 현암, 금산리 일대엔 99년까지 만화박물관, 국제전시관 등을 포함한
만화이미지정보센터를 건립한다.

2002년까지는 애니타운과 테마파크도 조성할 작정.

상중도 30만평에 조성할 테마파크를 위해 얼마전 제방축조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놀이동산과 차별화해 워터랜드, 영화촬영셋트장, 멀티미디어
게임공간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관련전문인력을 양성할 춘천시립멀티미디어 예술전문대학도 내년까지
설립한다.

춘천시는 사업운영을 위해 6월께 민관합작으로 자본금 35억원의
춘주개발주식회사를 세운다.

춘천시가 25%, 지역기업이 75%를 출자한다.

춘천시의 만화도시 추진에는 그간 탄탄히 성장해온 문화예술축제가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마임축제, 인형극제, 아마추어연극제, 세계북잔치 등 국제행사만 4가지나
된다.

95년 전국 2백30개 도시중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

89년 시작된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일본과 태국에서 비슷한 행사를
만들었을 정도.

지난해엔 국내외 30여개 단체가 참가, 풍성한 잔치를 벌였다.

춘천인형극제는 지방문화축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국 8대축제의 하나인 인형극제는 춘천시, (주)바른손, 인형극협회,
전문기획사 등 민관이 공동으로 집행위원회를 구성, 연중 월례모임을 갖고
행사를 꾸려나간다.

홍강인 춘천시 문화예술과장은 "축제때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문화도시 춘천을 세계에 알리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화축제를 지역경제의 효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18~19일
열린 "춘천인형극제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서도 제기됐다.

발제자로 참석한 최승업 강원개발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형극제를
관람하면서 춘천인근지역 관광도 할수 있는 패키지 상품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인형의 거리가 조성되고, 인형극제 마스코트가 그려진 버스가 시내를
달린다.

내년이면 전국 최초로 인형극 전용극장이 건립된다.

인형극제를 비롯한 각종문화축제는 만화도시 조성과 밀접하게 연결될수
있다.

문화와 경제를 하나로 접목시킨 인형.만화의 도시.춘천의 미래가
주목된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